한 여학생을 짝사랑하는 남학생이 있었대. 별명이 '낙수장' 이었어. 낙수장이 매일 학교에 가서 하는 일이 그 여학생을 찾으러 다니는 일이었어. 정작 다가가서 말 한마디 붙여보지도 못하면서 말야.
그 여학생이 다른 남학생이랑 열애중이었거든. 상황이 그래도 여학생을 향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낙수장은 그 여학생을 늘 먼발치서 지켜봤어.
그러던 어느 날, 그 여학생이 남학생과 함께 도서관 앞의 잔디밭에 앉아 있는 걸 봤지.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남학생이 여학생을 혼자 두고 가버렸어. 여학생이 혼자 남아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울고 있었지.
낙수장의 가슴이 너무 아팠어. 사랑하는 여자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울고 있는데 가슴 안 아플 놈은 없거든.
낙수장은 용기를 내서 여학생을 위로해 주기로 마음먹었어.
그때껏 제대로 말 한번 붙여보지 못한 낙수장은 일단 '축 처진 네 어깨를 보니 내 가슴이 아프다'고 말해야지 생각하며 속으로 수없이 연습을 했어. 이 정도면 됐다 싶었을 때 드디어 여학생 앞으로 나아갔어.
울고 있던 여학생이 무슨 일이에요? 쏴붙이며 낙수장을 빤히 쳐다봤지.
낙수장이 얼른 대답한다고 한 말이 이랬어. 축 처진 네 가슴을 보니 내 어깨가 아프다.....
-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중에서 -
시위 현장에서 잃어버린 가방과 신발을 찾아 헤매는 정윤을 업고 가면서 울고 있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명서가 해준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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