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나들이   cinq.
  hit : 2290 , 2015-10-03 12:13 (토)



어제 친구와 한복을 입고 서울 나들이를 했다.
오전부터 대여점에 가서 한복을 고르고
댕기도 매고, 노리개도 달고, 머리장식과 손가방까지 장착한 뒤
꽃단장을 마치고 덕수궁으로 향했다.

덕수궁은 아담하고 한산했다.
우리가 사진을 찍고 싶은 장소에
누가 먼저 사진을 찍고 있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스냅사진을 연습하고 있는 학생들인데
괜찮으면 사진을 좀 찍어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나와 친구는 당연히 좋았다.
안 그래도 예쁜 사진을 찍고 싶은데 핸드폰으로는 잘 찍을 사진이 없어서
심히 고민 중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좋다고 하고 같이 덕수궁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 분들은 사진이 예쁘게 나올 만한 곳을 찾아서
우리에게 이런 표정을 지으면 좋겠다,
이런 포즈를 취해보아라, 등등을 주문했다.

우리는 좀 어색하기도 하지만
열심히 따라했다.
그 결과 사진은 정말 예뻤다.
역시 좋은 카메라는 다른지,
앵글과 화질 자체가 핸드폰과는 차원이 달랐다.

게다가 그 분들이 막 누워서 찍으시고
어디 매달려서 찍으시고 
하는 고생들을 하신 덕분에
사진이 정말 잘 나왔다.

좋은 사진 한 장을 얻으려면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는구나, 하는 걸 느꼈다.

어쨌든 그렇게 촬영을 마치고
우리에게 보내주신다고 약속한 뒤에 헤어졌다.
출발부터 기분이 좋았다.

덕수궁을 나서려는데
외국인들이 와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같이 몇 번을 찍었다.

신이 난 우리는 경복궁으로 향했다.


.
.


경복궁은 덕수궁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중국인 관광객이 어어어엄청 많았다.
이미 사진 욕심은 다 채운데다가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냥 경복궁은 구경만 하기로 했다.

경복궁을 한 번 쭉 둘러보고
사진을 몇 장 찍은 뒤에
바로 삼청동 쪽으로 이동을 했다.
북촌 한옥 마을도 가고 싶었지만
인사동과 전통찻집도 들르고 싶었기에
한옥마을은 다음에 오기로 했다.
삼청동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군것질을 했는데,
딱히 별로 볼 게 없어서 바로 인사동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전통 찻집에 갔는데
웬걸 우리가 한복을 입었다고 녹차를 그냥 주셨다.
그냥 차 한잔이 아니라
차를 우릴 수 있는 다기 셋트를 같이 내주셨다.
차를 내리는 방법도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대학로 쪽으로 와서 낙산 공원에서 야경을 보았다.
한복이 얇아서인지 꽤나 추워서 
야경을 조금 본 뒤 내려왔다.
떡볶이가 먹고 싶어서 떡볶이 집을 찾고 있는데
갑자기 카메라를 든 남자 두 명이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인터뷰를 하는 것이었다.

무슨 BJ라고 하는데
아프리카인듯 했다.
뭐 자기소개도 안 하고 다짜고짜 한데다가
질문도 진부해서 내가 다 민망했다.

'한복을 입고 나오셨는데 무슨 컨셉인가요?'
아니 한복을 입고 나온 게 한복 컨셉이지 무엇인가.

아무튼 그래도 공연 티켓을 상품으로 주어서
용서해주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조심스레 떡볶이를 먹고 난 뒤
우리는 각자 집으로 돌아왔다.


.
.


한복을 입고 다니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한복 자체가 예쁘기도 했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선의를 베풀어주기도 하는 게
뜻밖의 경험이었다.

우리는 그냥 한복을 입었을 뿐인데
외국인들이나 어르신분들이 지나갈 때마다
'아이고 예쁘다'라고 해주시고,
어디를 가면 뭐를 공짜로 주시고
사진도 찍어주고
사진 찍어달라고도 하고.

게다가 궁 입장도 무료!

아무튼 한복 체험은 이렇게 성공적으로 끝났다.
얼른 그 분들이 스냅사진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왠지 인생 사진이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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