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   cinq.
  hit : 2328 , 2015-10-06 00:54 (화)



오늘 드디어 교환학생 공고가 났다.
내 예감대로 영국은 없었다.
하지만 미국이 새로 신설이 되어서,
오히려 더 나은 것도 같았다.

그래,
어차피 영어 공부를 하고 싶었던 건데
미국도 좋지!
게다가 1년 파견이 가능하잖아?

라고 신나서 미국 가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는데,
이런.

비자 발급이 이렇게 어려운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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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교환학생 비자 발급 절차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소득 증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즉, 통장에 3천 만원 정도의 잔액이 있음을 증명해야 하고
운이 나쁘면 부모님의 직업과 소득까지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응?
3천 만원?
우리 집 전재산이 500도 안 될텐데?

내 잔액은 5만원
엄마 잔액은...모르겠지만 어쨌든 100만원이 안 넘는 건 분명하다.
그나마 아르바이트 하는 내 동생 잔고가 200 정도 될까?

아빠는 잔고가 당연히 0이겠지!
감옥에 있으니까.

게다가 비자 인터뷰 할 때 영사가 자주 묻는다는 질문이
'네 아부지 뭐하시니?'라는데,
'감옥에 있어요!'라고 할 수도 없고.


아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나는 죽지 않을 정도로 생활비만 모아서 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소득 증명이란 게 필요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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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다.
내가 제대로 안 알아본 탓도 있겠지.
이렇게 빈틈이 계속해서 생기는 건 말이다.
일단 영어 점수 올리는 것에 너무 신경이 쏠려 있었다.
그리고는 모든 게 해결된 줄 알고 휴학을 해버린 것이다.

뭔가 제대로 결과가 난 다음에 휴학하는 게 나았을 법도 한데.
이미 해버렸으니 이제는 최선을 다해서 수습하는 수밖에는 없다.

아 일이 꼬인다.
꼬일 때는 어떻게 생각하라고?


풀리려고 꼬이는 거라고.
꼬였으면 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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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어쨌든 내가 교환학생을 합격한다고 해도
상대 학교측으로부터 DS- 2019라는 서류를 받아야 한다.
그게 J1 비자의 필수 서류니까.

그런데 DS-2019라는 서류를 떼기 위해서는
통장 잔고가 1500만원 정도 된다는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J1 비자 발급 시기에는 3000만원 정도의 잔액이 확인되는 편이 안전하다고 하니
어쩄든 이 정도를 확보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이만큼의 돈을 어디서 구해서
엄마 통장에 넣어놓고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DS-2019를 발급받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그 다음은 비자 발급 절차가 남는다.
DS-2019를 받으면 일단 어느 정도 신변이 보장이 되기 때문에
비자 발급은 복불복이라고 한다.

하지만 완벽하게 준비를 해가려면
소득이 있는 부모님의 3년간의 재직증명서, 소득증명서를 가져가야한다고 하는데
우리 엄마는, 음, 사실 소득이 마땅치 않다.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많지 않아.




자,
어디서 돈을 3000만원을 빌려서 엄마 통장에 넣어놓고 증명서만 발급받은 다음
그건 다시 깨끗이 갚고
그렇게 발급 받은 DS-2019 서류로 J1 비자를 신청한 다음
거기서는 그냥 재정증명서를 요구하지 않고 넘어가기를 기대해볼까?

(실제로 기간에 관계 없이 교환학생 목적으로 J1 비자를 신청했던 사람들의
인터뷰 후기를 보면 재정증명서를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요구를 했다가도 안 갔고 왔다고 하면 그냥 부모님의 직업을 물어보고는 비자를 발급해줬다.

교환학생이라는 뚜렷한 출국 목적이 있는데다가
이미 DS-2019를 통해 신변과 재정증명이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게 내가 미국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렇게까지 해서 미국을 갈 가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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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내년까지 기다렸다가 영국 교환학생을 신청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 학교에서 교류 협정을 체결한 영국 대학이 
HTS(highly trusted sponsor)라서 비자를 발급 받을 때
따로 재정 증명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왜 미국은 이렇게 재정 증명이 까다로운 거지?
하도 사람들이 미국으로 돈 벌러 많이 가서 그런가?
아니면 테러리스트가 너무 많아서?

하여튼 입국하기 참 어렵다.

영국 비자는 그리 어렵진 않을 것 같은데
한 학기밖에 갈 수가 없다.
한 학기 교환학생을 가려고 1년을 휴학하게 되는 셈이다.
아니면 이번 학기만 휴학하고 다음 학기는 다닌 다음
그 다음 학기에 영국을 가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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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책으로는 이번 학기에 터키로 유학을 가는 방법이 있다.
터키는 1년 수학도 가능하고,
비자 발급이 까다롭지가 않다고 한다.
게다가 물가도 그리 비싼 편이 아니고
파견 학교도 이스탄불에 위치해 있어서 위치도 괜찮다.
물론 아시아지역인 것 같기는 하지만,
맘만 먹으면 유럽 지역도 그리 멀지 않으니.

하지만 터키 교환학생은 그리 끌리지 않는다.
터키는 여행으로 가기에는 매력적이지만,
내가 딱히 그 나라에 살면서 공부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영어를 좀 더 다지고 싶어서 가는 건데
터키는 영어보다는 터키어를 배워야할 테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된다고 하지만,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한국에서도 들을 수 있다.
영미권으로 가는 이유는 영어가 생활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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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도 갈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독일 역시 비자 받기는 어렵다.
게다가 교환학생의 경우
생활비로 필요한 돈을 한꺼번에 내고 다달이 받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고 하니,
깔끔하기는 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어쨌든 나는 반 정도는 마련해서 가고
반 정도는 현지에서 벌 생각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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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생각보다 일이 복잡해졌다.
비자를 받는 게 이렇게 까다롭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던 내 탓이 크다.
우어
이번 기회에 깨달았다.
외국에서 공부하는 건 쉬운 게 아니구나.

취사선택을 할 시기다.
어디를 갈까?
아니면 가지 말까?


다른 사람들에게도 상담을 해봐야겠다.
이번에는 혼자 결정하지 말기.
다음 주까지 신청을 받으니까 하루, 이틀 정도는 사람들하고 상담해보자:)



아 참, 
울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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