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공장 │ cinq.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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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째 공장에서 야간 일을 하고 있다. 생각보다 밤에 일한다는 이유로 더 피곤하지는 않다. 낮에 일해도 이 정도는 피곤했으니까. 같이 간 언니도 있어서 적응하기는 어렵지 않은데- 문제는 작업 분위기가 적응이 안 된다. 왜 자꾸 소리를 지르는 지 모르겠다. 뭐가 좀 안 되면 그냥 말로 하면 안 되나? 컨베이어 벨트에 앉아서 일을 하는데 작업 속도가 느리면 와서는, 꼭 시비조로 말 하거나 소리를 지른다. 얌전한게, "뭐해? 자? 빨리 안 해?" 이거고 더 심한 사람이 오면 "집에 가고 싶어?! 일 하기 싫어?!" 막 이러면서 소리를 지른다. 와우. 내가 노동자가 아니라 무슨 노예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정말 울컥울컥하는데 겨우 참는다. 이름도 안 부른다. 그냥 무조건 야. 자기들보다 나이가 많은 근로자들도 있는데 그냥 소리를 지른다. 뭘 또 못 하면 "너네 몇 살이야!? 이것도 못 해?!" 이러기도 하고, 불량이 나오면 "이게 하나에 얼만 줄 알아?! 불량 또 내면 너네 월급에서 깔 거야!!"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람. 이런 분위기에서는 난생 처음 일 해본다. 인격이란 게 없다. 원래 공장은 이런 건가? 관리자가 뭐라고 한다고 하길래 그냥 잘못하면 심하게 혼내거나 꼬장을 부리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심하다. 이건 그냥 1:1로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뒷통수에다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니- 진짜 기분이 나쁘다. . . 내 유일한 낙은 잘생긴 남직원들을 구경하는 것이다. 내가 사흘 동안 배운 두 가지 일은 맨 끝에서 완성품을 받아서 통에 집어넣는 것과 맨 처음에서 검수를 해서 내려보내는 것인데, 둘 다 남직원들이 물건을 날라다주고 다시 가져가기 때문에 계속 내 옆을 들락날락한다. 그 덕분에 남직원들의 얼굴을 계속 보는데 그 낙으로 일을 하고 있다. 안 그럼 새벽 4시쯤 되면 영혼이 나가면서 '나는 여기서 왜 이걸 하고 있는가. 이 무시를 당하면서'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인간성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이런 곳에서 왜 사람들이 오랫동안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같이 간 언니도 같은 생각이라서 앞으로의 거취를 의논해보기로 했다. 무슨 최소 5일은 일해야 돈을 준다고 하는데 그딴 게 어딨나, 노동청에 신고하면 받아주는데. 어쨌든 일단 돈을 벌어야 하니까, 앞으로 어떻게 할 지 정해지기 전에는 계속 일을 하고 있어야겠다. 하루에 8만원 정도 버니까 일단 한 달만 하고 다른 데로 가볼까, 생각 중이다. 그동안 일을 너무 안 해서 지금 가진 돈이 없고 갚을 돈도 많으니까. 천천히 생각해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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