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계획   cinq.
  hit : 2233 , 2015-11-02 01:18 (월)


원래 하기로 했던 일을 하지 않게 되었으니
이제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해봐야겠다.
일단 내년 8월에 출국.
1년 TO가 다섯 명인 거면,
나는 어쨌든 반 학기밖에 미국에 못 있는다.

사정이 되면 1년으로 연장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거의 2000만원 가량의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나로서는 무리다.
교환학생을 갔다온 사람들이 꼭 1년을 가라고,
한 학기는 아쉽다고 하지만
그 사람들은 전부 아시아쪽으로 간 사람들이다.
물가가 우리나라랑 별로 차이가 나지 않거나 훨씬 싼.
혹은 부모님이 비용을 대주시는.

나 혼자 벌어서 가야하는데 2000만원이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과 들여야 하는 노력의 비율이 
맞지 않는다.

그러니까 한 학기만 다녀오기!
그러면 내년 8월부터 12월까지는 미국에 있는 것.

왠지 8월에 출국한다고 하니까 그냥 미국 가지 말고
영국으로 다시 지원을할까,
싶기도 하지만
딱히 영국일 이유도 없고
나는 영어만 배울 수 있음 상관 없기 때문에
미국도 괜찮다.

너무 넓어서 학교 주변으로 나가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미국도 가고 싶었던 나라 중 하나!
영국은 나중에 유럽 여행 갈 때 들러야지.

.
.

그러면 이제 내 앞에는 9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
8월에 가는 교환학생을 위해 필요한 돈은
기숙사비와 부대비용 600만원
티켓값 200만원
생활비 150만원
여행 +A

1000만원 정도가 든다는 얘기.
정리해보니 미친 비용이다.
하긴,
터키 한 달 갔다오는데 200만원을 썼으니
5달 동안 외국에 나가는데 1000만원이면
비율상 맞다.

그렇다면 1000만원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
그리고 내년에 복학을 할 것인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사실 복학하는 게 여러모로 좋기는 하다.
1년이나 휴학을 하면 비자 심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고,
나도 학교를 다니다가 교환학생을 가는 편이
적응하기도 좋을 테니까.

그러면
다음 학기 복학을 하고 학교를 다니다가
방학 하고 8월에 출국을 해서 1학기 미국에서 다니고
다시 한국으로 와서 한 학기만 다니고 
졸업을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시간은
11, 12월
내년 1월, 2월

600만원 정도를 벌어놓고
150만원 생활비 대출
학기 중엔 아르바이트 해서 생활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6월 말 - 7월에 아르바이트 하나를 더 해서
100만원 정도를 벌고
다시 생활비 대출 150만원을 받으면

딱 1000만원이 완성된다.
미국에 가서도 친구도 사귈 겸 간단한 아르바이트를 할 거니까
그걸로 생활비도 하고 여행도 하면 좋을 것 같다.
갔다와서는 50만원 정도만 남겨두면
또 다시 알바하면 되니까.

두 번째 선택지는
복학을 안 하고 조금 여유롭게 돈을 모으는 것이다.
여행도 다녀오고.

아니야
교환학생 다녀와서 졸업해야 하는데-
혹시 모르니까 휴학은 한 학기 남겨두는 게 좋겠다.
만약 아무 대책도 없이 졸업을 해야된다면
조금 곤란할 수도 있어.
그리고 너무 늘어지는 건 좋지 않다.

이제 졸업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앞으로 어떻게 살 지 계획을 세워봐야지.

어차피 내년에 미국 갈 거니까
너무 여행 욕심 부리지 말고.
교환학생 다녀와서
한 군데 정도 더 여행을 한 뒤에 졸업을 해도 되니까.

아니면 졸업하고 워킹홀리데이 갔다와서
취업을 해도 되는 거고.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하자.

그래도 바로 복학하기는 아쉽다면
2월에 내일로를 갔다오자.
교환학생 가기 전에 전국일주 한 번은 하고 싶었으니까, 어차피.
뭔가
내 나라를 더 잘 알고 
남의 나라에 가고 싶은,
그런 묘한 마음이 들어서.


.
.


그럼 정리 됐다.
2월 중순까지 일을 한다.
목표치는 최소 600만원에서 최대 700만원.
한 달에 150만원에서 180만원 정도까지 모아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러니까 지금처럼 야간 일을 계속 해야겠다.
되도록이면 2월 초에 그만둬서
학교 갈 체력을 비축하도록 해야지.




.
.


내년까지의 계획은 이렇게 세웠고.
그 다음은 어떻게 할까?
이제 졸업이 불과 세 학기 남았다.

나는 무슨 일을 하면 행복할까?

사실 아버지의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힘들긴 하지만 길은 하나였다.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그 문제가 해결되고
나에게 너무 많은 가능성이 열려버리니까,
즉,
내가 꼭 성폭력과 관련된 일에만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고 나니까
세상에는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길을 잃었다.

그래서 조금은
막막하다.

많은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해봤고
기관에서 일도 해봤지만
딱 이거다, 라는 직업은 없었다.

여성단체에서 일을 해봤지만
끌리지 않았고
청소년 예술 공간에서 일해봤지만
이것 역시 내 일이다,
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 밖에 해봤던 10가지가 넘는 아르바이트 중에
나의 가치관과 맞는 것은 없었다.


.
.


직업은 어떻게 구하는 걸까?
어떻게 구해야 후회를 안 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걸까?

사실 요즘 한 가지 직업으로 평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
어차피 중간에 옮기니까-
저번에 도서관에서 일할 때 관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요즘은 직장을 구하는 게 아니라
직업을 구하는 거라고.
즉,
내가 어느 회사를 들어갈 지 그것 하나 하나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어떤 분야에서 일 할 건지 확실히 하고 매진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하셨다.

자기도 여덟 번이나 직장을 옮겼지만
어쨌든 모두 도서관과 관련된 일이었다고.

맞는 말이다.
나도 일단 내가 어떤 분야에 가장 관심이 있고
무슨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싶은지를
정해야겠다.

그리고 직업을 구하는 원칙도! 

직장을 구해본 것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많은 일을 해봤다.
옷 가게, 백화점, 약국, 신발 가게, 당구장,
카페, NGO, 공공기관, 공장, 레스토랑, 식당, 연회장
방송국, 공연장, 시민단체, 비영리단체(협회),
콜센터, 장학재단, 등.

많은 종류의 일을 하면서 
나중에는 이런 일을 하겠다,
혹은 이런 일은 하지 않겠다,
나는 이런 기준을 가지고 직업을 찾겠다,
는 생각을 꾸준히 정리를 해왔다.

크게 다섯 가지 정도가 있을 듯 하다.
1. 비영리 단체(혹은 사회환원적인 영리 단체)
2. 내가 잘하는 일
3. 움직이는 일(활동적인 일)
4. 사람을 만나는 일
5. 의미 있는 일(내 가치관과 맞는)


영리 단체에서는 일을 못 한다.
사람 이전에 돈이 있으니까.
나는 그런 식의 사고 방식으로는 움직일 수가 없어서
일을 하면서도 매우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편이
행복감도 느낄 수 있고
자신감 있게 일을 할 수 있다.

앉아 있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움직일 수 있는 일이 나한테 더 맞는다.
당연히 내 가치관과 일맥상통해야 
자아분열 없이 일 할 수 있고.

나머지는 너무 기본적인 기준이다.
최저 생활비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든지,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야 한다든지.
이런 건 일 구할 때 원래 신경쓰는 거니까.

지금으로선 
가장 하고 싶은 일 두 가지는
성폭력 상담소와
여행학교이다.

그런데 망설여지는 이유는
일은 재밌을 것 같지만
내가 온 몸을 던지고 싶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삶을 쏟고 싶은 일,
그런 일, 그런 문제.
나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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