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이신 아빤 말씀을 거의 못 하신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도 겨우 알아들으신다. 그런데 아빤 너무 착하시다. 말씀도 잘 들으시고.
아빠와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어릴 때도 그랬다. 엄마와 있으면 왜인지 모르지만 무섭고 몰리는 느낌이고 그랬는데 아빤 언제나 날 편하게 해 줬다. 그래서 아빠를 제일 좋아 했던 것 같다.
아빤 내가 대학교 다닐 때 안양 삼원극장 옆에서 항상 10시에 날 기다리셨다. 난 아빠랑 집에 도착할 때까지 차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아침에도 항상 데려다 주셨다. 신문을 정독하시고 시사상식을 나에게 말씀해 주시는 걸 낙으로 삼으셨던 것 같다.
이제 아빤 나랑 한 달째 같이 보내고 있다. 환경이 바뀐 탓이라 매일매일 사건이 발생한다. 초반엔 11시간 밖에서 아빠를 찾아 헤맸고 그 이 후에도 아빠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매일 가슴 철렁했다.
지금은 병원에 입원에 계신다. 수술을 할 예정이다. 아빠랑 있으면 추억이 계속 떠오른다. 4년 동안 돌과 바위로 예쁜 우리집을 만드셨던 거랑 집 마당을 부지런히 청소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집앞마당에 앵두나무와 동백나무, 호두나무, 밤나무 장미등이 참 많았다. 아빠가 판 우물엔 물고기가 가득 차 있었다. 난 개울 옆 바위산에 매일 올라가 넓고 평평한 바위 위에서 노래도 부르고 온 동네를 내려다 봤었다.
왜 아빠랑 있으면 힘들지 않고 따뜻할까. 나랑 성격이 같아서 일까. 나도 나중에 아빠처럼 조용한 할머니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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