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일기   22
  hit : 1723 , 2015-12-15 00:49 (화)

4번째 실습도 끝이 났다


정신실습에도 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무궁무진 했는데


마음속으로만 기억했다


그래도 매일매일 울다 들어오는 건 빠뜨리진 않았지만ㅎㅎㅎ


아무튼 4번째 실습은 정신실습이었는데


내 정신이 그리 온전치 못하고 나도 나약한 사람이라


정신이 많이 약해지신 분들과 소통할 때 너무너무 힘들었다.


겉으론 잘해 보이지만 속에서는 숨길수가 없었다.


다른 애들은 빠릿빠릿 행동하고 무언가를 하는데


나는 활동요법때도 여전히 느려터지고 바보 같았다


 


그래서 그 애들은 나를 싫어했다


내가 하는 행동 보면 싫어할만 했다


근데 나는 합리화만 하게 되고


그저 같은 학교 애들이랑 하니 너무 힘들다는 생각밖에 안했던 것 같다


고쳐보려고 노력도 해보았지만 조금이라도 못하면 핀잔 받지 않을까라는


극심한 두려움 때문에 더 일을 못하게 되고 극복해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내 맘대로 잘 되진 않았다


그래서 매일매일 요법 할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


 


보고서 쓰는 것도 힘들었고


중간 중간 욕먹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환자 앞에서 울뻔한것을 애써 눈물이 고여서 떨어지기 전까지


참았다


 


또 수선 생님이 따로 우리들을 불러 토론같은것을 할 때도


자꾸 눈물이 고였다가 삼켰다가를 반복했다


 


이런 나인데 어떻게 정신실습을 하고 조별활동도 바보같이 하는데


정신병동이 하루하루가 사막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살이 5kg나 빠졌다


1주에는 4키로 2주에는 1키로...


2주는 적응을 해서 별로 이젠 그렇게 힘들 진 않았나보다


 


1주에는 나도 정신병동에 대해 선입견을 너무 가지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너무 커서


매일매일 머리가 지끈거리고 편두통에 시달렸다


그래도 환자분들은 나에게 먼저 웃어주시고 집에 갈 때도 항상 정말 자기 일처럼 웃어주셔서


점점 걱정했던 것들이 나아졌던 것 같다


편두통도 없어지고 그렇게 말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냈다


컨퍼런스도 없었고 그런 것도 없었지만 요법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하고


과제도 너무 많고 나도 열심히 해서 보낸 건데 너무 짧다고 타박 받아서 서로 공유하면 될 것을


자기껏만 하겠다고 몸부림치던 그 애의 한마디 덕에


우리 팀은 목요일까지 밤샘보고서 작성을 했다.ㅋㅋ


 


그래 내가 못미더운거겠지 하고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래도 상처가 됐다


뭐 이런 걸로 상처한다고 하면 맨날 울어야 하는 거겠지만


그렇게 맨날 울고 있다


솔직히


난 마음이 쓸데없이 여려서


20살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잘 안 된다 강하게 먹는다는 것이


금방 괜찮아질 듯해도 한대만 치거나 긁어도 와르르 부서지는 내 맘은 말이다


 


아무튼 마지막 실습을 끝내고 방학이여서 자취방에서 쉬고 있다


하고 싶은가 있으면 나가서 여러 가지를 조금씩 보고오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요구르트도 사고 등등


남자친구도 만나고


이번에는 31일 날에 부산에 내려가기로 했다


 


남자친구도 이제 곧 취업을 해야 해서 사실 걱정이 막막하다


이제 잘 보지 못하니까 원래라면 지금이라도 집에 있을 수 있는 거지만


이제 언제 이렇게 자주 만나고 할지 모르니까 시간을 조금 지연한 것이다


 


남자친구는 이곳이 싫다고 말했다


대구나 서울 좀 넓은 곳으로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난 이번 1년은 단기라도 잠시 여기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남자친구에게 쉽게 그렇게 이야기 할 수가 없었다.


나도 어차피 실습에 국가고시 공부에 바쁘지만


그래도 내가 믿는 사람이 내 옆에 없으면 너무 불안하기 때문에 힘들다


남자친구를 사귀기전에는 어떻게든 나 혼자 버텨나가고


이성과 사귀면서 의지를 해보지 않았으니 그렇게 버틴 것인데


 


사귀면 사귈수록 더 외로운 마음이 커지는 것 같다


헤어지는 것도 무서웠고 다시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두려웠다


까일까봐도 두려웠고 다시 또 언젠가는 헤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도 그러했다


 


남자친구가 서울에 가면 이 지역에서는 내 편이 아무도 없는데


너무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게 괴롭다


오늘 물건을 사고 나가다가 나랑 이제 놀지 않고 같이 다니고 싶지 않다는 애들을 봤는데


나 혼자 딱 시간이 멈춰진 것처럼 멍하게 그 애들을 봤다


정신을 차리고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우산을 폈다


그리고 걸어갔는데 두려웠다


 


별거 아닌 것에도 두려운 마음이 컸다


내 얘기를 하지 않을지


그 애들은 한다고 해도 한두 마디 "정은 빈이네" "쟤 집에 안가고 뭐한대?"하다가


자기 이야기를 이어나갈게 뻔하다 난 그냥 내 욕을더 짓궂게 하지 않을까봐 그런 피해망상적인


생각만 커져갔다


 


집에 다다를 땐 조금 안정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친구가 날 떠나간 것도 아니고 잠시 타 지역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고


나도 놀러갈 날도 있고 남자친구도 내 쪽에 올수도 있는 건데


그냥 그래도 싫은 마음이 들었다


 


아직까지 어린아이처럼 누가 날 옆에서 봐주었으면 좋겠고 그런 마음이 너무 크다


또 이번방학에는 부족한 전공공부를 하겠다는 생각이 큰데도 여전히 날 떠나갈까 무섭고


 


만약 남자친구가 멀리 취업을 하면 나도 거기 가서 같이 취업을 할 수 있을까?


말로는 서로 결혼하고 싶다 너무 좋다고 네가 서울에 취직하면 나도 곧 따라간다고 이야기하였지만


정말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도 덜컥 겁이 났다


 


그때에 만약에 부산에 병원에 다니고 싶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도 들고


만약 그렇게 되면 서로 헤어지게 될 일도 생길 텐데


벌써부터 나 혼자서 드라마한편 다 쓰고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너무 많다


몸에 좋지 않은 약을 먹고 나서 더 우울 걱정이 심해진 것 같다


 


살짝 눈물이 난다


이런 기분을 잊어보려고 어제부터 다이어트 겸 운동도 하고 오늘도 했는데


너무 힘들게 느껴진다.


 


나만 힘들게 아닌데


참 그렇다


 


너무 힘든 생각 하지 말아야지


15일은 혼자서 계란 한판, 이것저것 만 두국 만들 재료도 살 것이고


16일은 편의점가서 양파다 팝콘 3개 사고 탄산음료사기


17일은 남자친구랑 하루 종일 노는 날에다가 남자친구 생일이니


남자친구가 오후부터 영화 보러 가자해서 보고 싶은 영화 그전에 찾아보고


영화보고 나서 미용실가서 기분 내고 잡가서 떡만 두국 만들어주고 재밌게 보내기


♥♥25일은 크리스마스니까 치킨이나 맛있는 거 시켜먹고 영화 보면서 놀기


 


이렇게 좋은날이 많은데 너무 걱정하지 말자…….


내일부턴 뭘 공부할지 진짜 생각해놔야지 오늘까지만 아프고 내일은 아프지 않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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