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입장 변화 │ 2016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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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학교 3학년때 고향 광주에서 겪은 5.18은 나의 정치체험의 원형이다. 580) this.width=580;" onclick='return openTopSBX(this.src);' >580) this.width=580;"> 학살자들이 만든 <민정당>이란 정당은 수차례 당명을 바꾸었지만 지금의 새누리당에 그 정체성을 면면히 수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투표행위는 민정당에 뿌리를 둔 보수정당을 향할 수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30년째 보수야당과 진보정당 사이를 오락가락 했왔다. #2. 그간 나는 고민없는 관성 투표를 해온 셈인데. 선택지가 늘어난 이번 총선만은 달랐다. 총선을 거치면서 <진중권> <류시민> <김어준> <김갑수> 같은 인물과 정치적으로 결별했으며 그들의 생각과 나의 그 것 사이에 넓은 강이 흐른다고 생각했다. 팟캐스트 파파이스에서 김어준이 국민의 당을 지지하는 호남 정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을때 그 간단한 것을 이해못하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일기를 쓰는 이유는 30년만에 찾아온 정치의식의 변화에 대해 거칠게나마 기록해 두고 싶어서다. #3. 얼마전 개그맨 이윤석은 종편에 출연하여 소신발언을 한다. "야당은 전라도당이나 친노당이란 느낌이 있어서 지지하지 않는다"는 요지로 기억한다. 580) this.width=580;" >580) this.width=580;"> 과거 수차례 선거에서 전라도 사람들은 더민주나 열린우리당, 민주당에 몰표를 던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윤석처럼 야당이 전라도당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당수 야당 지지자들은 더민주가 전라도당 색깔을 없애는게 급선무라고 판단한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정치공학적으론 가능한 생각이고, 이런 생각들이 <영남후보론>이라는 대선 선거전략으로 구체화 되었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내 생각엔 <영남후보론>의 핵심은 이것이다. ㅇ 인구가 많은 영남표 확보를 위해서 경쟁력있는 영남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ㅇ 경상도에서 30~40%의 표를 얻고, 충청과 강원에서 50%, 수도권에서 압승하면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 그런데, 영남후보론의 문제는 ㅇ "전라도에서의 90%이상 압도적 지지"는 당연한 것으로 치부된되지만 ㅇ 영남표 획득들 위해서는 호남차별이니 영남패권주의니 하는 단어를 꺼내는 것이 금기된다는 것이다 #4 진보적 성향을 가진 이라면 여성과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가 사회적 약자라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 그런데 나는 우리사회에서 "전라도 사람"도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서울사는 전라도 사람으로서 나는 전라도 사람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정말 많이 겪었다. 작년에 10개월 가량 고용노동부 산하 사단법인에서 국가의 녹을 먹은 적이 있는데 경주출신인 사무총장의 인사정책은 "전라도 사람은 뽑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뒤통수를 잘치고 믿을 수가 없다는게 이유다. 신입사원을 뽑는데 전라도 출신자의 이력서는 처음부터 빼놓는 것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내가 "나라의 녹을 먹은 적이 있다"라고 과거형으로 일기를 쓴 이유는 정말 뒤통수를 쳐버리고 싶어서 그 조직을 관뒀기 때문이다. 전에 근무했던 케이티에서도 상무급 이상 임원급중 전라도 사람은 정말 드물었다. 욕먹지 않을 정도만 상징적으로 전라도 출신 임원을 임명했기 때문이다. 상무 승진 면접장에서 "당신 고향이 전라도라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냐"고 묻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분은 전라도에서 태어났지만 고등학교를 구미에서 다니고 지역 차별을 피하기 위하여 호적도 구미로 옮겼던 분이었다. 케이티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정부 고위직 자리는 모두 같은 상황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한국시리즈에서 해태타이거스가 삼성 라이온스를 꺽고 매년 우승을 하던 시절, 나는 해태가 한해쯤은 삼성라이온즈에게 져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전라도 사람을 덜 미워할테니.. 선거후 문재인씨가 광주에서 한 약속을 지킨답시고 정말 정치에서 물러나버릴까봐 겁났다. 그가 정치에서 물러나면 그 책임은 온전히 전라도 사람 몫이 되고 한때 같은 방향을 바라봤던 사람들의 우리를 향한 미움은 정말 견디기 어려울테니까. <응답하라 1988>에서 성동일의 전라도 사투리는 비현실적이다. 건달들을 제외하고는 어떤 전라도 사람도 서울에서 그렇게 진한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 그 것은 우리가 전라도 사람이라는 걸 드러내는 것이니까. 전라도 사람은 안다. 전라도 사람을 향상 시선이 다른 지역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우리사회에서 "전라도 사람을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진짜 문제라고 느끼는 점은 여성,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가 사회적 약자라고 하는 것은 진보적 발언으로 간주되지만 전라도 사람이 사회적 약자라고 말하는 것은 전근대적, 퇴행적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지역차별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이며 그래서 시정될 가능성도 더 희박하다는게 더 절망적이다. 소위 <영남후보론>때문에 전라도 사람들이 90%이상 몰표를 준 정당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금기시 되는 것은 물론이다. #5. 나는 이번 선거에서 더민주를 찍지않고 국민의 당을 찍었다. 그 이유는 더민주에서 생각하는 사회적 약자에 전라도 사람은 애당초 끼어들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 정당은 끊임없이 전라도 색깔을 떼고 싶어하는 정당인데 "전라도 사람이 차별받고 있으니 고칩시다" 라고 어떻게 말한단 말인가? 그들은 호남정신의 확산이라는 애매한 용어로 지역차별 해결의 본질을 호도한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지금이 어느때라고 자꾸 지역차별 이야기를 합니까? 우리를 찍지 않으면 호남은 또 고립됩니다. 계급모순 해결이 우선입니다. #6 우리 사회에 실제 벌어지고 있는 지역모순에 둔감하거나 애써 눈감는 사람들을 나는 결코 온전한 진보라고 인정할 수 없었다. 그 것이 내가 진중권, 류시민, 김어준, 김갑수 같은 사람등과 정치적으로 결별한 이유다. #7 이번 선거를 보면서 정말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전라도 차별을 인정하지도, 시정할 생각도 없으면서 줄곧 전라도 몰표는 요구한다"는 점이었다. 전라도 당이라는 딱지가 붙을까봐 차별 시정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하지 않으면서 전라도 몰표를 요구하는 것.. 몰표로 지지하지 않으면 더 고립될거라고 겁박하는 것. 이게 합리적인 사고일까? 도대체 이들에게는 "주고 받는다"는 상도덕 조차도 없는 것일까? #8 말 많던 선거가 끝났다. 상주 출신이면서 강한 진보 성향의 후배, 성대는 술자리마다 내게 정말 실망했다고 한소리씩 한다. 망월동을 콘크리트로 덮어 버려야 한다는 인터넷 댓글도 봤고, 전라도 사람들에게 지녔던 일말의 미안함을 이번 선거를 통해 완전히 떨쳤다는 댓글도 봤다. 영남에서는 더민주가 9석을 얻음으로써 지역주의에 균열이 깨지기 시작했는데 호남은 상대적으로 지역주의로 퇴행했다는 신문 논평도 읽었다. (내 생각엔 이번 선거는 지역구도가 약해진 선거가 아니다. 더민주의 영남 9석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영남후보론의 성과이고, 영남유권자들이 더민주가 호남당이 아니라는 믿음의 표시를 보인 것이다. 더민주가 오판한 것은 호남표를 내주머니속 동전으로 착각했다는 것이고....) 암튼, 우리는 여전히 증오와 비웃음과 미움과 조롱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과거에 호남인민공화국이라고 조롱받았던 것처럼. 자신을 진보라고 자칭하는 분들의 조롱은 더 야멸차고, 아프다. #9 자신 혹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 가장 이익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정치집단에게 투표하는 것은 선거민주주의의 가장 근본 행위이며 결코 비난할 일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유독 전라도 사람들에게만 항상 <전략적 판단>을 강요할까? 말 잘듣는 착한 아이 되기를 요구할까? #10 얼마전 신문에 3당 신임 원내총무 사진이 실렸다. 580) this.width=580;" >580) this.width=580;">왼쪽부터 정진석(새누리당), 박지원(국민의당), 우상호 (더민주당)... 물론 나도 중앙의 박지원씨보다 오늘쪽의 우상호씨가 더 좋다. 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겪어온 사람에게 느끼는 애잔한 감정까지 있다. 그가 대학시절에 쓴 "5월문학상 시부문 당선작"은 빛바랜 나의 대학노트에 필사되어 있기도 하다. . 너의 이름에 붉은 줄을 그으며 - 연세대 국문과, 우상호- 잊을 수 없구나, 그 뒤척이던 잠자리 속에서 더듬거리며 내 손 잡아보던 네 손바닥의 축축함과 섬뜩하게 잠을 깨우던 네 심호흡 속의 짧은 떨림, 그 때 알았어야 했다, 네 속에서 무엇이 시작되고 무엇이 끝났는지를 풀어놓고 간 네 시계를 만지작거리다 나는 어금니에 힘을 준다, 아아 흰 종이 하나 펄럭거리며 어디로 날아갔느냐 새처럼 깨끗하던 작은 흰 종이 그래도 살아남으면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을 거라고 믿었던 그 오월, 흩어지는 군중 속으로 손 흔들며 너 뛰어간 후 생각했다 조금씩 물러날수록 두려움은 커지고 한 걸음 나아갈수록 자신감이 생긴다던 그 웃음 띤 눈동자 뜯지 않은 달력 몇 장 어둡게 펄럭거리고 있다, 일어나 불 켜고 앉아 오랜 수첩을 뒤져 너의 이름을 꺼낸다 술 취해 받아쓸 때 고쳐주며 웃던 이름 네 끌려갈 때 두려워 속으로 부르던 이름 돌아온 네 가루를 뿌리며 목메어 부르다 지치던 변함없는 그 이름 위에, 이제 붉은 줄을 긋는다 줄을 그으며 한 번 더 힘주어 너를 부른다 #10. 우상호씨가 많은 면에서 더 진보적이고, 찐한 정서적 공감대까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세사람이 같은 선거구에 출마한다면 나는 박지원씨를 찍을 것이다. 박지원씨가, 안철수가. 국민의당이 더 이뻐서가 아니다. 지역 차별 세상을 자식대에 물려주지 않기위해서는 국민의당을, 안철수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모색과 시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역차별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지(협상에서 말하는 배트나 BATNA)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호남에 의한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면 세 당이 경쟁적으로 호남표를 구걸하도록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누구든 지역차별없는 정책을 펴는 곳에 우리표를 몰아주겠다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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