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의 형태 (약간의 스포 포함) │ 치유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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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목소리의 형태를 보았다. 영화 말미에 이시다의 세상에서 사람들의 얼굴에 붙었던 X가 떼어지던 순간, 이시다와 함께 울었다. 몇 년 전, 재판에서 피해자 증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버스에서 느꼈던 그 선명함이 떠올랐다. 보고 있음에도 보이지 않았고, 함께 있음에도 느낄 수 없었던 세상, 그리고 사람들. 그 날은 더없이 선명했다. 버스 운전석 밑은 아코디언처럼 펌프로 만들어져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햇살이 이마에 내리꽂혔고, 저 멀리서 농사 짓는 사람들이 점처럼 움직였다. '사람들은 이렇게 보고 살았던 걸까. 얼마나 좋았을까.' 무엇보다도 기뻤던 건, 이제 다 끝났다는 것도, 가해자를 감옥에 보냈다는 것도 아닌, '바람이 느껴진다' 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창밖을 보며 신나했다. 오래도록 봐왔지만 처음 보는 것들을 아이처럼 세어가며. 아직도 내 과거의 장면들에는 곳곳에 수많은 X들이 붙어있다. 기억나지 않는 것들, 보이지 않는 장면들이 많다. 모두 다 떼어낼 수는 없겠지. 지금 보는 세상을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하자. 느껴지는 바람 들려오는 찻소리 눈에 띄는 작은 벌레들.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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