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나면서도 기어이 거실 컴퓨터에 게임을 설치하는 동생을 데리고 나와 피시방에 갔다. 큰 소리가 오고가면 제일 괴로운것은 나이기에 두 사람의 기분을 맞춰주고 얼른 밖으로 나왔다. 누구나 겪고있는 감정의 불화를 견디지 못하는 것이 내게는 나와 내 주변이 화목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이리라. 아닌것에는 차갑게 관심을 끊는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카페에서 음료 하나씩을 사들고 나는 오버워치를, 동생은 메이플을 하면서 두어시간이 흐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무척이나 피곤했다. 뜬금없이 "오빠, 나는 언제 남자 만나지?" 하는 동생의 말에 웃고 말았다. 매번 남자애들이랑 밥먹고 놀러다니는건 뭐냐니까 자기 성격이 남자같아서 잘 지내는 친한 친구들이란다. 내일 캐리비언베이에 가는것을 제하고도 이번달 물놀이 계획만 2개가 더 있다는 동생의 외향성과 지치지 않는 놀이력이 경이롭게 느껴졌다. 같지만 다른 유전자의 다양성에 경의를.
나는 동생을 '너무놀보'로 명명했다. '나무늘보'는 너무 느려 문제지만 '너무 놀보'는 너무 놀아서 문제라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인정." 이란다. 그러고 보면 동생은 어떤 꾸지람에도 하고싶은거 다 하면서 삶을 참 재미있게 살아왔던것 같다. 이십대 초반의 내 모습도 이렇게 예쁘고 생기로웠을까. 아마 그랬다 한들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도 되지 못하리라. 사진보다 기록보다도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의 기억속에 좋은 모습으로 오래도록 남아있고 싶다.
동생의 나만 못하는 연애 푸념에 누군가를 만나거든 잘 해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나 진심으로 잘 해주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너 또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너를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에 회의감이 든다면 나 또한 너를 잘 대해주지 않을거라고 긴장하고 살라는 이야기를 했고, 나의 그 말은 진심이었지만 갓 스무살인 네가 경험을 통해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아마도 시간이 더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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