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 일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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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전철 내리기 한 두 정거장 전 쯤 계단에서 가장 가까운 출입구쪽으로 걸어갈때마다 혹시 네가 있는지 흘끗 한 번 보곤 했었어. 전철에 내려서도 개찰구 밖에 네가 혹시 서 있을까 흘끗 한 번 보곤 한 것도 사실이야. 역을 나와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갑자기 네가 등 뒤에서 나타나 나를 놀래킬까봐 걸음을 늦추기도 했었지. 집으로 가는 로데오 거리에 편의점, 치킨집, 삼겹살집 야외 테이블에 혹시나 네가 앉아 있지는 않을까 쓰윽 한 번 둘러보기도 했었고. 특히 추운 날, 눈오는 날, 더 그때 그 기억들이 떠오르는 이유는 안에 얇은 맨투맨 하나만 입고 있던 네가 선뜻 네 패딩 점퍼를 벗어 내 어깨에 걸쳐주었기 때문에... 그런 날들이 계속 되자 너는 언제부턴가 항상 패딩 점퍼를 두 개씩 껴입고 날 데리러 오기 시작했었지. 하나는 네가 그대로 입고 하나는 벗어 내게 입혀주고 네 키가 (몹시) 커서 내가 입고 있던 코트보다 더 긴 너의 점퍼를 네가 내게 입히고 지퍼를 내 코끝까지 오도록 잠궈주고 모자까지 덮어주고 나면 나는 눈사람 같은 형상이 되어 집에 돌아가곤 했었지. 있지... 나 때문에 담배를 끊었다던 네가 어느날 내게 딱 걸린 이유는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는데 어느날 네가 벗어준 패딩 안주머니에 담배가 딱 잡히더라... 끝까지 발뺌 할 수도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냐며 순순히 고백하는 네가 좋았어. (근데 그때 나는 너한테 엄청 삐죽거렸던것도 같아...) 그때 그 담배 내가 빼서 버렸어. 미안해. (바로 버린건 아니고 한참동안 내 서랍에 가지고 있다가... 부모님한테 오해받을까봐...) 사실 우리집 가는데 전철에서 5분밖에 안걸리는데 그 5분을 보려고 넌 30분도 넘게 걸려서 와서는 매번 나를 기다려주었지. 여자애 혼자 어두울때 집에 가는게 걱정된다는 핑계로 밤새 환히 불켜진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그 로데오 거리를 함께 걸어주었지. 학교가 먼 탓에 가끔 내가 마지막 열차를 타고 돌아올때면 나를 데려다주느라 정작 너는 집에가는 막차를 놓치고 택시를 타고 돌아가곤 했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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