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요리사 │ 일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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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순간들은 영원할 것 같았는데 지나가고 괜찮아지고 변한 것 없이 나이만 좀 더 먹고 어리게만 느껴지던 집안의 프린세스는 친구와 밤새 술 마신다고 매번 집에 안 들어온다는걸 보고 뭐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가끔 고민도 들고 같은 시간의 무게만큼이나 무디어진 부모님의 모습이 느껴질때는 아무렇지 않은 지금의 자연스러움이 조금 슬프다는 생각도 들어 늘 강인하셨던 아버지는 부드러워진 성품 만큼이나 가끔 내 앞에서 약해지시기도 하고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시던 어머니는 전과 다르게 간이 안 맞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감정의 굴곡들이 있었어 갱년기 라는 단어를 건강식품 광고로만 접하다가 직접 보고 있으니까 맘이 안 좋아 주는것을 먹다보니 반찬투정 하기도 그렇고 밖에서 사먹기도 뭐하고 주말 내내 먹던 카레에 맛있는걸 해먹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소고기를 샀어 사실 홍대에서 먹었던 명란 우삼겹 덮밥이 전부터 먹고 싶었는데 무심한 프로 혼밥러인 나지만 그거 먹으러 기차까지 타기에는 그냥 좀 그래 집에 아무도 없다고 해서 경비실에서 박스를 받아 들어가는 기분이 좋았어 레시피도 쉽고 재료도 있고 왠지 잘 할 수 있을것 같은 기분같은 기분 느낌같는 느낌 거실에 음악을 켜 놓고 필요한 만큼 꺼내어 우삼겹을 양념해서 굽고 명란을 긁어 마요네즈에 섞고 고슬하게 된 밥 위에 깻잎과 상추를 깔아서 정말 맛있게 예쁘게 플레이팅을 하고 나니까 남은 재료들이 아쉬워서 지나가는 아무라도 불러서 같이 먹고 싶더라 정말 맛있는데.. 자랑 할 사람도 없고.. 맛있는건 혼자 먹어도 좋지만 맛있는걸 정성들여 해 먹는것은 혼자가 아닌게 좋은 것 같아 사람의 마음이란게 이상해 혼자 잘 해먹는게 그래서 쉽지 않은가봐 각자의 일정이 있는 가족들에게 언제 들어오냐고 많이 늦냐고 괜히 전화만 몇번 하다가 다 먹고 정리하고 침대에 누워 뒹굴다 읽히지도 않는 논문을 같은 줄만 계속 보다가 벌써 새로운 달이네 벌써 한 주의 절반이네 이번주 참 빠르네 생각하며 잠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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