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 six/sep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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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말을 자주 자르는 친구가 있다. 어제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아직도 기분이 나쁘다. 그런 걸 보면 내가 지금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있는 상태인 것 같다. 얼른 머리도 자르고, 필요한 것도 좀 사고 해야겠다. 시험이 끝나면 좀 여유로워질까- 나를 잘 돌보지 않아도 여유롭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많던데 나는 그렇지가 않다. 내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단정하고 깔끔해야 뭔가 남들 앞에서도 안정감을 느낀다. 사실 돈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니, 돈이 없다는 사실에 자격지심이 있어서, 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남들은 별로 신경을 안 쓸텐데 내가 머리를 자르지 않으면 돈 없어서 안 자르는 걸로 보이겠지, 하는 류의. 적당한 돈은 있어야 한다. 얼른 졸업하고 취직해서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 거의 2-3년 간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사는 것 같다. 교환학생 준비하면서부터 이렇게 된 것 같은데.. 정말 교환학생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을까? 분명한 건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 어제는 눈물이 여러 번 났다. 교수님께 과제를 내면서 이번 학기에 수업을 성실히 못 들어서 죄송하다, 졸업을 앞두고 많이 불안하고 바쁘기도 했다, 고 했더니 그런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줄 몰랐다며 한 학기 버텨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그 말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정말 이번 학기는 버텼다. 그 수 많은 일들과 걱정과 불안과 좌절을, 버텨냈던 것 같다. 그리고 저녁에는 아는 언니 때문에 또 울었다. 돈이 없어서 엄마한테 돈을 빌리려다가 역시 실패하고 이미 돈을 여러 번 빌린 언니에게 염치없이 물어보았는데 언니가 정말 너무 선뜻 보내주면서, 이 어려운 세상에 이렇게 서로 돕고 도와주고 사는 거 아니겠냐고, 돈이야 있다가도 있고 없다가도 있고 지금 그 10만원은 자기한테 있는 것보다는 나한테 있는 것이 더 잘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그 말이 너무 고마워서 울었고, 언니를 보면서 나도 나중에 돈을 벌면 꼭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 화가 났다. 왜 사회학을 배웠을까 답답하기도 했다. 자본주의는 모순 덩어리이며 내가 돈이 없는 것은 누군가의 배를 불리기 위함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내가 배가 불러진다면 누군가는 또 나처럼 이렇게 힘들 거라는 것이다. . . 아무튼 이번 학기가 이제 딱 사흘 남았다. 목요일에 마지막 과제를 내고 나면 이번 학기도 끝이다. 피곤하더라도 정신이 없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다른 사람들을 돌보면서 지냈으면 좋겠다. 마인드 컨트롤 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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