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하려다가 다시 접었다.   합니다.
  hit : 2211 , 2018-03-20 12:44 (화)
나는 나 스스로에게 당당하니 누구에게도 숨길 게 없다는 생각.
요즘 세상은 정보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감출레야 감출 수 없다는 생각.

내가 투명할수록, 나와 어울리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모일것이라고 생각.
그 결과 내 삶도, 사업도 조금 더 편해질 것이라는 생각.

그런 판단하에 네이버 블로그에 내 사상, 입장 등 모든 것을 공개하려고 했다.
그리고 야심차게 감성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딱 나를 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3일만에 접었다.
마치 연예인이 술먹고 감성 사진 잘못 올렸다가 영영 흑역사로 남아버리게 되듯.
나도 잘못 끄적였다가 영영 회복 불가능한 이미지 스크레치를 당하게 될까봐 겁이 나서.

오전에 뉴스공장 들으며 출근하는데 푸틴의 이미지메이킹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한 회사의 리더로서 어떤 방향으로든 이미지메이킹을 해야함이 마땅한데
너무 나이브한, 아마츄어, 배움 욕심이 많은 학생 같은 포지션을 취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이 모자라 잘못된 판단, 행동을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부끄러움을 이겨보고자 글을 쓰기 시작헀는데,
도리어 더 큰 부끄러움에 압도되어 얼른 후퇴한다.

뭐 대단한 사람이 되려고 숨는 게 아니라면 숨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내 상황에서 내 역할에 맞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숨는다.

역시, 시작이 어렵다.






-이하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





쓰기를 시작한다.

-

어제 쓴 글을 오늘 보면 부끄럽다.
오늘 보기에 어제의 나는 너무 어리고 부족하기 때문.

마찬가지로 오늘 쓴 글도 내일 보면 분명히 부끄러울 거다.
부끄러움을 쿨하게 인정하는 법을 배우기 전까진.
(많이 하다 보면 늘겠지.)

그런데
부끄러움이 두려워 기록을 남기지 않고 흔적 없이 변해간다는 것은
부끄러움을 직면할 용기가 없어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부끄러움 하나 피하려다가 많은 것을 잃는다는 생각.
할 수 있고,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 (용기가 없어서..)
'지금 이 순간의 나'는 어제도 없었고, 내일도 없을 것이기에, 기록해두지 않으면 애초에 없었던 것과 같다는 생각. (어제의 나를 잃어버린다는 두려움)

그래서
내가 글을 남김으로써 누구에게 무엇이 좋은지 생각해본다.
나에게만 좋은 건가, 주변에도 좋은 건가, 사회에도 좋은 건가.

-

나에게는,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를 보며 반성하고 많은 것을 배우듯,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를 보며 반성하고 더욱 단단하게 성장하기 위해.
(가끔은 10년 전 끄적여 둔 일기를 보고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더 멋진 놈'인 것 같아서 나이를 헛 먹었다는 생각에 흠칫 놀라기도 하지만... 아무튼)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어제의 내가 했던 말과 오늘의 내가 하는 말이 다를 때, 그것은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꾼 것이 아니라는 점을 해명하기 위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정보를 접하고 새로운 상황에 놓인 덕에 발전한 것일 뿐, 어제도 오늘도 모두 매 순간 진심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그리고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같은 점이 무엇이고 다른 점이 무엇인지 파악함으로써 변하는 중에 변하지 않는 나를 알아보고, 그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남아있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살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구구절절 내 입장을 설명할 필요 없이 "역시, 넌 그럴 줄 알았어", "진짜 너답다.","볼수록 대단해" 등의 말을 듣는 게 행복이니까.)

이름 모를 후배에게는,
후배(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어제의 나')가 내 기록을 보고 간접경험 함으로써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내가 선배들의 책을 보며 부지런히 배웠듯.)
그리고 그가 '오늘의 나'를 보고 배울 건 배우고, 비판할 건 비판하는 중에 본인의 미래를 가늠해보고,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름 모를 선배에게는,
선배(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내일의 나')가 오늘의 나를 보며 '허허허.... 애송이 녀석, 저 땐 나도 저랬지.........'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나중에 나도 그럴 것) 그럼으로써 그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 세대와 소통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더 수월하도록 돕기 위해.

-

욕심이 많아서 글 하나 쓰는 데도 이렇게 이유가 많다.
(이렇게 이유가 많지 않으면 용기를 내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아무튼, 본의 아니게 첫 글부터 길어졌다.

시작이 어려웠다.
이제야 시작한다.



-180318일1527
정은빈  18.03.20 이글의 답글달기

저도 7년전에 공개 블로그를 했던적이 있어요. 그때는 사춘기가 더 마쳐지지 않은터라 감수성이 엄청나게 풍부하고 해서 일기나 여러가지 정보(미용,레시피)등을 적었었는데 한 7일하다가 그만뒀어요ㅎㅎ 이유는 그냥 부담스럽기도 했고... 하다가 누군가 나를 중2병으로 보면 어쩌지? 라는 생각도 있었고 그냥 너무 열심히 적은터라 지쳐서 그런것 같기도 해요
지금은 모두 비공개로 전환되있지만 어쩌면 그것도 저에겐 하나의 추억이라서 계정폭팔을 시키지 않고있네요.. 다만 울다에서는 엄청 잘 적히고 편안해서 여기만 자꾸 사용하게 되는듯해요 블로그는 접었지만 울다는 종종 들어오게 되네요 :)

봄여름  18.06.18 이글의 답글달기

완전한 비공개로 혼자 쓰자니 뭔가 아쉬워서 공개하고 싶고,,
공개하자니 부담스럽고,,, 다 비슷한가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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