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의 상태   huit.
  hit : 1927 , 2018-04-03 13:14 (화)


요즘의 내 상태를 표현하고자 한다면
아마 無가 가장 맞지 않을까?
그냥 아무, 아무 욕심도 결핍도 느껴지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
하지만 그마저도 멋지게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을 내려놓고
어떻게든 살자고 마음먹는다면 금새 사라진다.
그냥 평범하게, 내 주변 사람들만이 나를 아는 그런 사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자고,
나를 위해,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해나가면서 산다면
사는 거 별 거 아니라는 그런 마음이다.

아마 나 자신에게 집중해왔던 몇 년의 시간의 결과인 것 같다.
몇 차례의 여행으로 사람이 사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달간 배낭여행을 하면서 내 가방에 들어있던 짐은 대략 7kg 정도.

세 벌의 옷과 세 벌의 속옷, 세면도구. 그리고 돈.
나는 그 한 달 동안 옷이 없어 불행했는가? 
전혀, 옷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추우면 입었고 더우면 벗었다.

돈이 더 많이 없어서 불행했는가? 불안했는가?
아니, 하루 세 끼 먹고, 잠 자고, 이동할 수 있는 돈이 있었기에
돈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냥 그 정도다, 내가 사는 데 필요한 것은.
약간의 옷과 약간의 물품들, 
먹을 음식과 잠잘 곳.
이동할 수단과 만날 사람들.
이 정도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내게는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실 돈이 필요한 것도 절대적이진 않다.
만약 내게 조개껍질이 있어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잠잘 곳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순간 내게 돈은 종잇조각이 되고,
조개가 소중해질 것이다.

돈은 정말 한낱 교환 수단일 뿐이다.
그러니까 돈을 좇을 것이 아니라 실물을 좆는 것이 훨씬 낫다.
얼마를 버느냐보다 어떻게 살 수 있느냐를 보는 것이 더 낫다.
사실 내가 복지에 더 신경 쓰고,
더 나은 복지제도를 원하고, 그런 곳을 찾으려 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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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조금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긴 하다.
미세먼지가 많으니 마스크도 필요하고
사랑니가 나고 있으니 치과를 가야 하고
운동을 해야 하니 운동 용품이 있으면 좋고
친구를 만나 놀 수 있으면 좋다.
물론 공부와 여행도 중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그리 많은 것들은 아니다.
그리고 반드시 돈이 매우 많아야만 하는 것들 역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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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에는 뭔가 대단한 커리어를 쌓아서 유명한 사람이거나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런 욕심도 사라졌다.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든 그 조직과 그 분야에 도움이 되는 익명의 1인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겨서일까,
굳이 기를 쓰고 커리어를 쌓고 편법을 써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거나 인정받고 싶지는 않다.
그냥 끊임없이 내 안에서 솟아나는 관심과 애정을 귀기울여 들으며
전문성을 갖고, 나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고 
다른 사람이 찾아 가치를 지불할 만한 재능과 기술을 갖고 싶다.
그렇게 일하고 벌고 살고 사랑하면서 살면 좋겠다. 

그리고 나를 위해 더 나은 곳을 늘 찾으면서 살고 싶다.
전에는 나 혼자 편하면 뭐해, 
어려운 곳에 내려가서 같이 힘들어하고 싸워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게 조금 힘들다.
내려가자면 내려갈 곳이 많겠지만
나 스스로도 밑에서 살아왔기에
숨 한 번 편하게 쉬어보고 싶다.

그러니까 스스로에게 그런 삶을 선물하기 위해 조금은 노력해보기: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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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게 써놓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건 별 일 아니다.
우리 집은 돈이 없으니까 올 하반기 공기업 채용에 지원해서 합격하고
한 5년 정도 일하면서 빚 갚고 돈 모은 다음에,
캐나다로 넘어가서 하고 싶은 공부해서 전문성 갖추고, 
그 분야로 가서 캐나다나 유럽, 혹은 한국으로 돌아와서 일 하고 싶은 마음.

지금 생각하기로는 심리학이 어떨까 싶은데,
내가 과연 임상 심리와 맞는 지 잘 모르겠다.
내가 심리학이 좋은 건 나한테 적용하기 위해선데
남을 연구하고 남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을까?
나는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데 말이다.
물론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에는 관심이 많지만,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어쨌든 지금은 나에게 가장 필요하고, 해야 할 일을 먼저 할 때다.
내가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서 살면서 깨달은 것은,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는 것.
돈도 즐거움도 꿈도 한 꺼번에 이룰 수가 없다.
부모님이 돈을 대줘서 마음껏 공부하면서 한 번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수시로 멈춰서 돈을 모아야 하고, 준비가 되면 다시 시작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게 싫다고 무대뽀로 밀고 나가다가는,
사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미국에 가서 느꼈다.
그러니까 5년만 조금 숨 고르고, 준비하고,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때를 기다리자.
그 시간도 사실 별로 싫은 시간은 아니다.
좋은 경험일 거고, 조용히 하루하루를 나를 위해서 사는 시간을 갖는것도 좋으니까.

취직하면 운동이랑 취미생활이랑 연애 좀 많이 해야지:)
그리고 돈을 모아서 세상에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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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어제부터 토익 공부를 시작했다.
딱 처음 풀었는데 900점은 넘겼다. 정확한 점수는 모르지만, 아마 900~960 사이일 것 같다.
생전 토익 시험지를 처음 보는데 시험지를 살펴볼 생각은 안 하고
무턱대고 시간 재면서 풀기 시작해서
살짝 당황하긴 했다.
특히 듣기.
part 2로 넘어가니 보기가 없잖아..?
당황. 그러는 사이 문제가 넘어가서 몇 개 틀렸다.
읽기는 메일 내용 같은 것만 주욱 나와서 조금 지루하고 집중력이 떨어졌다.
오답 하면서 문제 유형 파악하고 시간 분배 조절해서
이번 달 안에 990 만들어야지.
NCS 공부는 꾸준히 하고, 토익 990 되는 대로 한국사랑 오픽 끝내놓고
6,7월은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하고, 재밌는 알바나 공부도 좀 하고 싶다.
일단 2개월만 집중!해서 준비해보기.

토익이 사실 가장 부담이 돼서 5개월 정도 준비 기간을 잡았던 거였는데
막상 잡아보니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
단어를 몰라서 틀린 문제는 200문제 통틀어 5개 정도? 
비즈니스 용어와 과학 용어를 조금 공부하면 잡힐 것 같다.
그래머 인 유즈 한 번 복습해서 문법 상기하고.
이번 달 말에 시험 봐서 990찍기 :D

오늘은 NCS 풀어봐야 하는데,
전에 대충 풀었을 때 언어는 괜찮았는데 수리가 조금 낯설었다.
수포 이선생이라...
룸메도 수학 공부를 다시 한다고 하니 중등 교과서를 사서 기초를 다시 공부해야겠다.
한국사랑 컴활은 어려운 시험이 아니니 금방 딸 것 같다.
문과라서 역사는 많이 했고, 좋아하는 과목이기도 했다.
컴활 역시 평소 오피스 프로그램 쓰는 걸 좋아해서 엑셀 함수 같은 것들 공부해서 사용하기도 했고.

하지만 중요한 건 방심 금물!
자꾸 별 거 아니야~ 하면서 늘어지면 곤란하다.
조금 긴장감을 갖고 준비하도록 하자.
그리고 천천히 오래하면 좋지만, 빨리 끝내면 좋으니까
어려운 시험 준비한다 생각하고 높은 강도로 준비해서
5월 안에 끝낼 수 있도록!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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