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은,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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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며칠 전엔 피천득의 '인연'을 꺼내 읽었다.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이 문장을 읽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2. 드물지도 않은 새치를 볼 때면, 당신이 염색을 해준 일이 떠오른다. 시간이 제법 흐른 뒤에도 그때의 짙은 갈색이 엿보이듯한 일이 종종 있기도 했다. 당신을 통해 알게 된 노래들은 여전히 의식적으로 즐겨 듣지만 스타워즈나 조제는 영 다시 보지 못할 것만 같다. 그밖에 사강, 에밀리, 코케허니 나와는 무관한 이름을 접할 때면 그것을 당신의 안부 대신으로 여겨도 흩어진 벚잎을 외면하며는 이제 되었다고 생각해 보아도 나는 줄곧 제자리였다. 그런 채로 장마같은 비가 내려 내게는 곧 당신인 여름이 오려하는데 나는 술자리에서 3년 만에 만난 A양과 다시 연애를 하고 있다. 한 번은 보고 싶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무덤덤한 당신을 보며 차라리 후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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