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소원수리함에 개선사항을 적었습니다. PX병이 이병들한테 자꾸 삥을 뜯는다. 그런데, PX병이 바뀐줄 모르고 소원내용을 적은 이병과 친한 일병 병사가 중대장에게 잘못 알려줬습니다. 잘못된 대상을 향해 시정사항을 요구한셈이지요. 결국 사건은, 바뀐 PX병과 그걸 적은 이병의 진실공방으로 비화되었고 그걸 적은 병사와 잘못 알려준 병사 모두 영창을 갔습니다. (정작 삥뜯은 PX병은 제대말년이라고 그냥 훈방조치) 그 소원수리함에 적은 사람에 대한 '공감'은 애초부터 없었고, 이른바 '팩트체크'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습니다. (무기명이었지만 사안이 사안인만큼 쓴 사람을 찾아냈던 것은 덤...) 군 내부에서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지만, 졸병이 무력하게 삥뜯길수 밖에 없는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따위 없었습니다. 이후 소원수리함은 매우 피상적인 내용만 적는 것이 됐다지요.
하아... 엄한 사람이 피해입는거 억울하지요. 이해합니다. 모든 피해를 계량화해서 어느 쪽이 더 무겁냐를 따지는게 무의미하지만, 지금 사안의 본질은 왜 '신중하지 못했냐'가 아닙니다. 폐쇄된 곳에서 십수명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여져 20대초반의 여성이 강압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던 공포. 그 감정을 '공감'하고 그걸 자행했던 사람들을 향해 분노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죠. 그리고 그걸 응원했을 뿐입니다. 현재의 스튜디오 주인은 '엄한 사람'이라고 '생계가 망가졌다'고 하는데, 피해자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해자 여성도, 그걸 응원하는 연예인 수지도 '동질감'을 느끼며 같이 행동하는 것 뿐입니다. 왜 그걸 안들여다 볼까요. 만약 그 여성들이 우리의 '가족'이라도, 신중하지 못하다며, 무고한 사람을 피해자로 만들었다고, 저렇게 법적 책임지라 윽박지르겠습니까? 심지어 1차적으로 진짜 법적 책임 물어야 할 대상은, 수지도 아닙니다. 잘못된 정보를 알려줬던 인터넷 신문이지요. 그저 만만한 상대를 향해, 제일 눈에 먼저 띄는 희생양을 향해 눈 희번덕 거리는거 아닌지요. 좀 공평한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약자들에게 '공감'해주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안그러면 매우 피상적인 사회가 될 겁니다. 아무도 살고 싶지 않은...군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