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랑 박터지게 싸웠다   24
  hit : 2164 , 2018-06-04 01:19 (월)


오늘 오빠랑 새언니, 조카랑 엄마랑 다같이 교회에갔다

일요일이니까

교회에 간건 좋은데 계속되는 찬양에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이 주보종이도 나한테 성추행했던 남자가 프린트한거겠지? 더러워'

라는 생각이 교회에 오면 항상 드는 생각이다


십일조랑 감사헌금도 냈는데 분명 이것도 내 이름을 가해자가 직접 타이핑 한다는 생각하니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래전에 가해자한테서 성추행 당했다는걸 이야기 해도

내 입부터 틀어막을거란 생각에 내 잘못도 아닌데 화가나서 찬양듣다가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라 누가 볼까? 걱정도 들었는데

아무도 신경안쓰더라고

ㅎㅎㅎ...


설교내내 집중도 안되고 마지막에 목사님의 한말은 내 화를 돋구기에 적절했다

"우리 교회는 결혼하면 기본 3명낳아야 합니다"

정말 말 쉽게한다

3명 낳으면 1명당 여자 몸 10년씩 늙고 더 안좋아지는데..?

왜저러는지 모르겠다 말하고 민망한지 "그런 의도 아닙니다 하하"라고 하지만

그럴거면 말하지말지 그말 안하면 모두가 편해지는데...


마치고 바로 후다닥 나가는데 엄마가 밥먹고 가라네...

밥 안먹는다 하고 차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왜 피해야 하지? 그리고 아예 안오면 이런일도 없을텐데


이런생각 꾹꾹 담다가 오늘 터진거같다

참으면 복이온다고 생각했는데 오래가지 못했다


1차로는 엄마가 내 가방을 뒤지다가 담배와 라이터를 발견했다

몰래 뒤져본건 사과안하고 왜 이게 있냐 물어보더라

홧김에 산거 아니까 그냥 그렇게 넘어갔다

어차피 피고 싶어도 계속 필수있는 유지비가 있는것도 아니여서


2차로는 유투브 라이브 보다가 긴머리에서 숏컷으로 친 뷰티유투버가 있는데

그 행동이 너무 멋있다고 말을 덧붙였다 

"나도 머리가 길때는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반은 노출되어 있었는데 머리 단발로 치니까

그런 노골적인 시선도 사라져서 이걸로도 만족인데

머리를 더 짧게 자르면 샴푸값도 절약되고 드라이도 초스피드고

나를 성적으로, 여자로 보는 음흉한 시선이 줄어들겠지?

지금도 짧지만 할수있다면 더 짧게 잘라보고 싶다"라고 깔깔댔다


그말을 오빠가 듣더니 그런이유라면 왜 꼭 자르냐면서

너는 지금 페미니즘에 단단히 미쳤다고

정신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했다


같은 여자한테 인정받으려 해야지, 너희만의 정신승리이고 공산주의라면서

정말 안타깝다는듯이 불쌍하게 여기는 연민의 표정으로 날 보더라...


그래서 나도 대답했다

"어차피 페미니즘 한다고 하면 다 좋게 보지 않으니까 그런말 신경안쓸거다.

지금도 그랬지만 옛날에는 더 했겠지! 불편하다 느끼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라고 얘기하니


땅이 꺼질듯이 한숨을 푹푹 쉬면서 그 영상 보지말라고 했다


나는 오빠가 이번에 하지말라는 거 안했는데 페미니즘 주제인 동영상은

보면 안되냐고, @@빼고 다른건 상관없다며? 언제까지 오빠가 허락하는 페미니즘 해줘야 하냐


언쟁 높이다가 진짜 화딱지가 나서


내가 페미니즘을 버릴수 없는 이유(교회남자에게 성추행 당했던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했다

엄마는 옛날일인데 오래된 이야길 왜 또 꺼내냐고 2차가해를 하고 내 감정을 격하게 흔들었다


오빠는 그런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이제와서 통보식으로 얘기하냐고

초반부터 차근차근 얘기 안해주고 버럭거리듯이 말하면

누가 좋아해주냐고 그때 얘기했어야지 왜 이제와서 얘기하냐고 엄마랑 똑같은 얘기를 한순간


난 진짜 터졌다

직장에 억울하게 잘린것도 참으라면 참을수 있는데

남자형제한테 마저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자존심 상해서

"그 놈한테 가서 너 왜 내 동생한테 성추행해? 하지마! 라고 얘기했어야지

나한테 왜 그래? 내가 피해자인데 죄책감들 말을 왜 들어야 하냐고?

피해자인데 제정신으로 차근차근 다 말해줄수 있을거같냐?

그렇게 말할거면 내 방에서 나가" 울면서 또박또박 얘기했다


어린 아들이 옆에 있어서 소리지르고 싶진 않았는데

남자 둘 앞에서 그런얘기 듣고 가만히있을수 없고 수치스러워서

내 감정 그대로 얘기해버렸다


그리고 문을 잠궈버렸다

절대 내가 잘못한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내가 교회에서 점심을 안먹는지(가해자 마주칠까봐, 가해가족이 하하호호 웃으면서

밥먹는고 꼴보기 싫어서)도 다 말하고 내가 모든 사실을 공론화 하려고 하고 말해도

교회측에서는 건축예정이고 기쁜일만 있어야하는데 내가 이 말하면 분명

골칫거리라고 입막음하겠지 안들어줄것도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가족은 다를줄 알았는데 역시 가해자의 상황이입만 잘하더라


나한텐 이제 가족이란 없다

겉으론 가족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이미 속은 두번이나 날 죽였지

제정신으로 살아갈수가 없는마저


그리고 페미니즘이 내 인생을 망치러온 구원자도 맞다

내가 이때껏 25년을 살면서 10대,20대,30대,40대,50대, 연령불문한 남자들에게

성추행,성희롱 당해왔는데 제발 나까지만 이 아픔알아도

다른 여자들을 절대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태어나는 여자 아기들도 그리고 성장하는 여자아이들도

제발제발 성범죄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이 마음으로 시위를 가고싶단거였는데


너가 하는 페미니즘은 변질된거라느니... 이상한 사이트와 연관됬다느니..

음... 변질된건 맞죠..한국에서는..

다른나라는 화염병 던지고, 건물부수고 했는데(그렇게 과격하게 했더니 여자들 말 들어줌)

여기서는 그저 아무 난리도 안치고 그저 말로만 소리치고 미러링만 하니까 얼마나 우습게 보인걸까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냈더니 me too 그거 지겹다고 그만 하라며 비웃기만 하더라

그리고 걱정되서 하는 소리라는거 알지만 그랬으면 가해자들한테 하지말라고 소리쳐주지

그걸 눈귀 다 막고 감춘다면 달라질까?

그냥 가만히 있으면 "그래 너 인권 여깄어..^^ 안전하게 살게해줄게..ㅎㅎ" 라고

얘기해줄까?


페미인거 여자가 티내면 나쁜 ㄲ페미, 남자가 티내면 오 개념남이시네요!하는데

왜 내가 페미라고 하면 안되는거야?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절대

나도 오빠한테 성추행 사실을 말하지 않았듯이

거의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성추행사실을 반대 성을 가진 오빠나 아빠는

제일 마지막에 안다고 한다


어쩔수 없는것이지만 누가 이걸 알리고 싶어할까

오늘 빡쳐서 폭팔해서 홧김에 말한거지만

속은 시원하네

안그랬으면 언제 얘기해야하지 전전긍긍 하고 

내가 죄인인마냥 걱정하고 그랬을텐데


뭐 내가 말해도 절대 다 공감은 못할건 안다

그래도 소리치고 말한거 잘한거 같다


언니가 실수로 방구낀거 오빠가 한건줄알고 열받아서 화냈을때

정말 나쁜일을 저지른 사람한테 보는것마냥 경멸하는 눈빛으로 나를 본것처럼

그 가해자한테 내 편들듯이 이입해줬다면 얼마나 든든했을까


그렇게 생각해본다

몰라서 그럴수도 있지만 그래도 서운한건 어쩔수 없는거니까


본인도 어린아들 키우느라 힘들다지만

나는 생존권 문제였는데

그 일이 있은후로 가해자가 나한테 접근하지 않았다해도

그 성추행 사실이 없어지는건 아닌데

그 한 건물안에 같이 있게 내버려둔다는게

과연 좋은행동일까?

아무리 내 옆에 가족이 있는다해도

내 감정따위 생각해주지 않은거니까


난 종교가 날 구원해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페미니즘이 없었더라면

전남친한테 데이트폭력 밥먹듯이 세뇌당하면서

gaslighting에 대리효도 유도에 스토커질에 별에 별거 다 당했겠지

더이상 남자 만나고 싶지도 않고 안전이별도 겨우 한거고


재수 없었으면 집찾아와서 나한테 염산부었으려나?

여자는 이런 걱정까지 하면서 감수하는데 그게 예민한걸까?

뉴스에 데이트폭력 피해자가 나로 나올수도 있는문젠데?


"너가 좋은남자 아직 못만나봐서 그래 ㅎ"하는 소리도 듣고싶지도 않다

그렇게 말하면 나도 "너가 군대가서 선임한테 억울하게 맞아서 재수없게 죽임당해도

모든 선임이 다 그런건 아니야 ㅎ 아직 좋은 선임 못만나봐서 그래 ^^"

라고 얘기하면 내 심정을 이해할련가

나는 왜 내가 상대가 이해할만한 거리도 공부해서 꾸역꾸역 넣어줘야 하는질 모르겠네..

화가난다 믿었던 혈육이 82년생 김지영 책이 나쁜 페미니즘이라고


똥을 만난듯이 질겁하는 표정도 이해할수 없으니까

그안에 애 낳아서 자연스레 경력단절을 선택한 언니 이야기도

엄마가 오빠들 공부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했던 이야기도

내가 초등학생때 날 괴롭히던 남자애가 있다고 얘기했더니

그건 너를 좋아해서 그러는거야 ㅎ 라고 대답들었던 이야기도 다 있는데


뭘 부정하는걸까

그냥 찔려서?라고 했다면 그래도 이해하는데 읽어보지도 않고

그런 얘기를 한다는게

그냥... 지쳐...


그리고 1시간정도 지났나 똑똑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살짝 열었더니 언니가 있었다

괜히 내가 소리치는 바람에 언니도 많이 놀랬을텐데

그저 눈물이 고일것 같은 눈빛만 봐도 날 공감한다는듯한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짧게나마 걱정해서 그렇다는 말만 하고 외에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참 남자로 태어나고 싶은데

염색체 하나 안잘린 덕에 이런 고생을 하나 싶고

사회가 잘못된건데 왜 내탓을 하고 있는걸까


그리고 안그래도 잘렸는데 십일조 20만원,감사헌금 2만원 뜯겼는데

다시 받을방법도 없겠지 ^^


누구를 위한 인생인지


지금부터라도 나를 위한 인생만 생각하자

이때까지 지금도 여전히 착하게 살았었고

힘내지 않아도 되니까 무너지지만 말자



프러시안블루  18.06.04 이글의 답글달기

응원합니다

정은빈  18.06.06 이글의 답글달기

프러시안블루님 항상 고맙습니다..!

李하나  18.06.05 이글의 답글달기

힘드시겠어요 은빈님- 저는 은빈님이 느끼고 계시는 문제점들이 충분히 타당한 지점들이라고 생각해요. 가령, 은빈님이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해자와 같은 공간(교회)에 계속 함께 갈 것을 요구하고 또 방치하는 건 엄연히 2차 가해라고 생각해요. 은빈님 혼자만 이것을 계속 문제라고 생각하고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계속해서 이를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상황에 얼마나 답답하실 지ㅜㅜ 하지만 절대절대 은빈님은 혼자가 아니라는 거 아셨으면 해요.

정은빈  18.06.06 이글의 답글달기

하나님 저는 적어도 많이 바란것도 아닌 타당한 점만 콕콕 찝어서 이야기 한것인데 가족은 절 이해해주지 않은것에 아직도 상처가 커요 하지만 제가 하고싶은대로 하고 살거에요 허용범위 안에서는요... 그리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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