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싸웠다   huit.
  hit : 2683 , 2018-12-03 23:29 (월)

항상 침착하려 애쓰는 편인데
오늘은 엄마와 싸워버렸다.
집에서 산 지 두 달 째,
알바도 안 하고 쉬고 있는 데다 취업 소식도 없으니 답답했나보다.
그러다 동생이 내가 내년에 일본 여행을 간다는 걸 말해서
엄마가 그 얘기를 꺼냈다.
네가 지금 일본 여행 갈 때냐고
취업 안 하냐고.

흠 처음에는 얘기를 안 꺼내려 하더니
이제 답답한가보다.
근데 짜증나서 화를 내버렸다.
그래서 어떡하라는 거냐고.

기껏해야 일주일인데
그것도 가면 안 된다는 것인가?
뭐만 하면 니가 지금 그거 할 때냐, 하는 엄마의 사고방식이 맘에 들지 않았던 터라
이번에도 터진 듯 했다.

나의 질문은
1. 내가 취업을 하든 말든 자신이 무슨 상관인가?
-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 줄곧 자취하다가 부모님 집에 들어온 지
이제 겨우 두 달이다. 며칠 있음 나갈 거고. 계속 얹혀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한테 용돈을 주는 것도 아니다.
내가 언제 취업하는 지가 왜 엄마에게 그렇게 중요한 지 모르겠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늦게 취업하는 게 왜 엄마가 답답할 일인 지 모르겠다.

2. 취업 준비와 여행이 무슨 상관인가?
- 일주일 일본 갔다오면 뭐가 달라지는가? 취업 준비를 해야 하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집에 있으란 말인가?


.
.

흠 이 두 가지는 사실 방어기제로 떠오르는 거고
아마 나는 달리 할 말이 없어서 화를 낸 것 같다.
엄마는 내가 취업 준비를 하는 줄 알지만 사실 나는 열어놓고 고민 중이다.
워홀, 대학원 등.
주변 어른들과 이야기해봐도 해외로 나가라, 공부해라 하는 이야기가 더 많아서
학업을 더 하고 싶은데
엄마는 교육 쪽으로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냥 얼른 회사나 공장에 취직하라는 식이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데.
그것이 아닌 다른 분야는 전혀 이해를 못 하고
쓸데없다 한다.

그게 엄마가 가진 세계관의 한계겠거니, 하고 잘 참아왔는데
오늘은 좀 터져버렸다.
어차피 나가려고 했으니
내일 엄마에게 오늘 일 사과하고 나간다고 말해야겠다.
그냥 말하면 화나서 나가는 줄 알테니
차분히 사과하고 설명해야지.
뭐 분노 덕분에 일이 빨리 진행되기는 했다.

아무튼 나도 머리가 터질 것 같다.
무슨 일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그냥 맨날 고민만 한다.
앞으로 내 인생은 어떻게 될까?
HR-career  18.12.04 이글의 답글달기

한 개인의 인생에서 행복을 시작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 직업 안정성 >과 <직업 만족도> 자신의 진로는 자기가 가장 잘 관찰하고 결정할 수 있으니, 하나 씨는 잘 하실거에요. 일기로 많은 자신과의 대화를 하셨으니, 지난 일기를 찬찬히 돌아보시기 바래요^^

李하나  18.12.04 이글의 답글달기

앗 감사합니다 HR님. 일기를 읽고 답을 내릴 수 있음 좋겠어요ㅜㅜ 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겠는데 세상을 잘 모르겠네요..잘 선택할 수 있겠죠?!

기쁘미  18.12.04 이글의 답글달기

취업을 하든 안하든 만만한자식에겐 끝없는 잔소리더라구요(착하고 완벽한 제친구도..엄마의 핍박) 자기검역하느라 기죽지말고 기싸움에서 이기세요!

李하나  18.12.04 이글의 답글달기

ㅎㅎ감사합니다 기쁘미님 :)

콩쓰  18.12.04 이글의 답글달기

저희 아버지와 비슷하시네요... 어머니 성향이.. ㅠㅠ 그게 옛날 사고방식을 가지고 계셔서 더 그런거 같아요..

李하나  18.12.04 이글의 답글달기

ㅜㅜ그런가봐요 엄마 생각에는 요즘의 교육열과 노동시장이 잘 이해가 안 되겠지요ㅜㅜ

프러시안블루  18.12.04 이글의 답글달기

굳이 어머니를 변명하자면,
하나양이 스스로 학비를 벌었더래도 어머니로썬 마음의 짐이셨을겁니다.
자식이 취업을 해서 돈을 벌어야 비로서 그 짐을 놓게 되지요..

저도 자식이 결혼하는 시점이 아니라 스스로 돈을 버는 시점이
제 짐을 내려놓게 되는 때라는 생각이 있거든요.

李하나  18.12.04 이글의 답글달기

그렇군요- 저희 엄마도 그런 마음의 짐을 갖고 있을 수 있겠네요. 자식을 가져본 적이 없어 가끔은 엄마가 이해가 가지 않을 때도 있는데, 부모 입장을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hinostalgia  18.12.26 이글의 답글달기

몇달전 저를 보는것같네요ㅜㅜ
서로답답하죠

   2018년 결산 18/12/31
   지금의 조건에서 시작하는 힘 [5] 18/12/18
   완벽주의 극복하기 [5] 18/12/17
-  엄마와 싸웠다
   관계 18/11/24
   워킹데드 [4] 18/11/20
   공포와 소통하기 [5] 18/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