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인듯 일기인듯  
  hit : 203 , 2019-02-05 00:33 (화)

내일은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거실 소파에나 누워있으려고 이어폰을 찾아 겉옷 주머니를 뒤적였어요. 낮에 사촌 동생과 나올 때 이어폰을 겉옷 주머니에 넣고 다녔거든요. 작년 9월에 전역한 동생은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그래서 카페에서 동생은 인터넷 강의를 보고, 저는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읽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재밌는 게, 그때 먹은 '허니브레드+아메리카노2' 세트는 제 생일에 당신에게서 받은 것이었고, 책을 읽을 때 쓴 갤탭은 모 대학이 사업 수행을 위해 저희에게 약간의 협조를 구할 때, 어플리케이션의 구동 테스트를 위해 빌렸다가 여태 반납하지 않고 갖고 있던 것 중의 하나였어요.
그리고 읽고 있는 소설인 '웰컴 삼바'도 제가 산 건 아니었어요. 음, 저는 전자책은 구글 플레이북스를 써요. 찾는 책이 없을 땐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고 싶어질 때도 있지만, 여러 플랫폼을 쓰고 싶진 않고, 얄팍한 지금의 서재가 아까워서 그러진 않고 있어요.
그런데 벌써 1년 이상은 되었을 어느 날엔가, 이전에 '최초의 인간'을 읽으면서 어떤 문장들에 표시를 해두었을지 궁금해서 서재를 보는데, '최초의 인간'이 있을 자리에 엉뚱한 책, '웰컴 삼바'가 있더라고요. 당황해서 문의 메시지를 보냈는데도 한동안 그 상태로 있더니, 다시 어느 날엔가는 '웰컴 삼바'는 그대로 있고 그 옆에 '최초의 인간'이 다시 생겼더군요. 아무튼 그런 채로 내버려 두었던 것을, 최근에 읽기 시작한 거죠.

책은 파리의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태생적으로 주어진 조건과 환경에 대한 생각을 하게 돼요. 파리에서 오래 지냈던 당신이라면 그런 추상적이고 막연한 주제보다는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생각을 할까요?
책을 읽으며 같은 주제 앞에서 무력감을 느꼈던 적이 있어요. 학부 졸업 후에 서점에서 알바를 할 때, 틈 나는 대로 청소년 동화를 읽다가요. 똑같이 10대 초반인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어제 읽은 책의 주인공 '로지'는 할머니에게 파스타 만드는 법을 배우며 이성에 눈을 떠가는 자신을 발견하는데, 오늘 읽은 책의 주인공 '혁'은 탈북 이후에 난민 생활을 가까스로 지속하고 있었죠.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을 읽는 저는 제법 나약해요.

음,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저는 그냥 거실에나 나가 있으려고 이어폰을 찾느라 겉옷을 뒤적인 건데, 아버지가 잠에서 깨서 밖에 나가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바람이나 쐬자는 생각이 들어서, 밖으로 나왔죠. 그런데 뜻밖에도 별이 밝았어요. 어젯밤에는 구름이 짙더니, 오늘은 낮에도 구름 한 점 없더니요.
차도를 따라 걷다가는 피씨방으로 왔어요. 그리고는 한다는 게, 이런 글을 쓰고 있네요.
그럼, 안녕히 :)
김소담  2.5 이글의 답글달기

좋네요 이 글.^^

투명인간  2.8 이글의 답글달기

:)

carol  2.6 이글의 답글달기

"제법 나약"하다는 말의 의미를 한참 생각해봤어요.

투명인간  2.8 이글의 답글달기

쉽게 흔들리지만, 그러면서도 결국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에두른 표현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