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일지 2 (190517)   neuf.
  hit : 1821 , 2019-05-17 23:57 (금)


자유형을 연습하기 위해 퇴근 후 집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수영장에 갔다.
듣던대로 수질은 안 좋았으나 자유수영 이용료가 싸고
샤워실이 넓고 드라이기가 무료라는 점이 좋았다.
또 초보 레인의 수심이 얕고 길이가 짧아서 
자유형으로 한번에 25m를 가지 못하는 나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강습을 듣는 수영장은
초보들도 초보같지가 않아서 영법을 써서 25m를 다 가는 바람에 
나는 제대로 연습을 하지 못하는데
이곳의 초보 레인은 정말 초초초초보의 것이어서 좋았다.
킥판을 잡거나 걸어다니는 분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 편하게 발차기 연습과 자유형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나처럼 수영하시는 분을 봤는데
바깥에서 보니까 아 저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하는 걸 마음 깊이 깨달았다.
허우적거리면 저런 모습이겠구나, 하고.


아무튼,
스냅을 이용해 발차기 하는 연습을 좀 하고 난 뒤
자유형 연습을 시작했다.
바로는 어차피 안 될 것이니
왼팔 스트로크를 하면서 물을 밀어내서 내 몸을 앞으로 쭈욱 보내는 느낌을 느껴보았다.
확실히 물을 잘 잡아끌면 몸이 슈웅-하고 앞으로 나가는데,
손 모양을 잘못 만들거나
물을 너무 짧게 긁으면 몸이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두 번 정도 왼팔 스트로크만 하는 연습을 하고,
그 다음엔 왼팔 스트로크 후 오른쪽으로 호흡 하고 앞으로 쭉 나가보는 연습을 했다.

내 자유형의 문제 중 하나는
왼팔 스트로크를 한 뒤 오른쪽으로 호흡을 한 다음 
가라앉아 버린다는 것이다.
몸이 가라 앉는 것일까
아니면 가라앉을 것을 지레 걱정한 내가 발차기와 모든 동작을 멈추고 일어서 버리는 것일까.
아마 후자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왼팔 스트로크 후 오른쪽으로 호흡을 한 번 하고 
3초 정도 앞으로 가는 연습을 했다.
발차기만 계속 잘 하면 가라앉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이렇게 하고 나니까 대충 자유형이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왼팔 스트로크 후에 오른팔이 돌아오는 걸 기다리는 데에 성공했다!
물론 두 번 이상은 가지 못하지만...한 번도 못 하던 걸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
.

수영 연습도 풍물 연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풍물 동아리에 들어갔을 때,
나는 북을 처음 잡았는데,
몇 주 동안 '덩'만 쳤다.
선배들이 가락은 안 알려주고 정말 앉아서 '덩'만 치게 했다.
그게 모든 것의 기본이라면서
덩 소리를 제대로 낼 줄 알아야
가락도 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덩을 제대로 칠 수 있게 된 다음 가락을 배웠고
가락을 연습하면서도 늘 '덩' 연습을 해야했다.
덩이 무너지면 가락을 아무리 머리로 잘 외운다 한들,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제대로 친 덩들이 모여 듣기 좋은 한 가락이 되는 것이다.

빠르게 여러 가락을 치니까 하나 하나의 덩을 어떻게 치는지
남들은 잘 모를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친 하나하나의 '덩'이 모인 가락과
아무렇게나 친 '덩'이 모인 가락은 
확실히 다르게 들린다.

수영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발차기를 어떻게 하는 지 알고 어느 정도 연습했다고 끝인 게 아니라
영법 연습하는 동안에도 계속 발차기와 호흡 연습을 해야하는 것 같다.

그렇게 앉아서 가락을 어느 정도 치게 되자,
이제 다 배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산이 있었다.
풍물이니까 일어서서 쳐야했던 것이다.
일어서고 나니까 또 모든 게 달라졌다.
앉아서 잘 쳐지던 가락도 서서는 제대로 칠 수 없었고
오금이라는 풍물 특유의 걸음걸이를 유지하면서 가락을 쳐야했으며
그 오금이라는 것과 가락이라는 것은 
시작부터 끝까지 끊기지 않는 하나의 움직임이어야했으므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가락을 타고 오금질을 해야했다.

물론 처음에 그것이 될 리 없었고
그걸 설명하는 선배들의 말이 잘 이해가 가지도 않았다.
몸과 머리는 따로 놀았고
오금은 뚝뚝 끊겼고 가락과 몸 역시 따로 놀았다.

그렇게 삐걱대며 반 년 정도 연습하자 조금은 괜찮아졌고,
1년이 지나자 훨씬 자연스러워졌으며
2년이 지나자 멋진 태가 나왔다.


.
.

수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자.
빨리 잘 하려고 하지 말고 기본기를 확실히 다지기.
발차기는 모든 것의 기본이므로
팔동작을 하는 와중에도 발차기 하는 것을 잊지 말자.
그리고 자연스럽게 모든 동작이 이어지도록 하기!


일요일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또 연습하러 가야겠다.
다음 연습 주제는

1. 발차기
- 스냅을 이용해서 강하게 차는 연습

2. 자유형
- 팔 동작을 신경쓰는 와중에도 발차기는 계속 유지하기
- 몸에 힘 빼기
- 물 끌어오는 연습(글라이딩)


발차기 유지하고 나서도 가라앉는지 봐야겠다.
물에 겁먹지 말기! 


유지경성  19.05.18 이글의 답글달기

저도 1년 전부터 수영 배워야겠다는 생각 엄청 했었는데 뭔가 반갑네요.
같은 맥주병으로서 응원합니다.

李하나  19.05.29 이글의 답글달기

ㅎㅎ감사해요! 얼른 맥주병 탈출하자구요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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