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되는 인생   일기장
 피곤한 날 hit : 1092 , 2019-12-21 01:20 (토)
아침에 눈을 떳을땐 호텔의 지배인에게 한 통의 쪽지가 와 있었다.

예전에 은혜를 갚겠다며 나에게 호텔 장기권을 끊어준 사람이 나의 사정을 들은건지 그가 지배인에게 나를 고용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7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쪽지를 읽었을 땐 이게 무슨일인가 했다.

양지로는 다신 올라올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한 사람의 은혜로 양지로 올라오게 되었다.

한참을 생각한 뒤 나는 전화로 카운터에 나의 의사를 밝혔고 이내 곧 지배인과 관리부의 대표가 나에게 찾아왔다. 지배인은 나의 사정은 다 들었다고 하였고 내가 군에 입대 하기 전까지 나의 신변과 일자리를 확보해주겠다고 했다.

어안이 벙벙했다. 바로 한달 전까지만 해도 난 절때 빛을 볼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했다. 하지만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것이였다.

관리부는 나에게 보안과 경비를 담당해줬으면 했다고 했다.
기숙사는 지금 쓰는 이 방을 그대로 쓰게 해주었다.

남자 혼자 쓰는 방임에도 불구하고 방의 상태도 깨끗하였고 소음도 없었기에 안심하고 내준다고 하였다.

이런 저런 계약서를 쓰고 지배인과의 번호 교환이 이루어졌다.
이제는 다시 그 기분 나쁜전화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여러모로 뒤숭숭했다.

완전히 빛을 보는 느낌이였다. 유난히 따듯한 시간이였다.

계약이 끝난 뒤 나는 호텔을 한바퀴 둘러보고 보안 실장에게 찾아갔다. 어느새인가 나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져 있었고 나는 경비 및 보안을 담당하게 되었다.

사람이 몰릴때면 인력이 비는 곳에 지원도 간다고 했다.

비교적 한가하고 가장 신중해야하는 업무가 보안이라고 하지만 나는 할일이 크게 많지 않아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 바로 납득을 했다.

뭔가 수 많은 일들이 지나간 아침이 지나가고 첫 끼를 거른 만큼 점심은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호텔의 식당으로 가 밥을 때웠다.

점심에 빠에야를 시켜 미디엄 웰던으로 스테이크를 먹었다. 조금 많이 먹는 감이 있었지만 오늘은 꼭 이렇게 먹어야겠다고 생각됬다.

밥을 먹고 난 뒤 내 방으로 돌아가 정장을 꺼내 입고 바로 텔을 나섰다.

이곳에서 부모님의 집까진 그리 멀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20분 정도를 가 5분정도를 걸어갔다. 도심지에서 얼마 벗어나지 않아 바로 농장이 있다는 사실이 늘 믿기지 않았다.

부모님의 집으로 걸어가며 담배를 한대 피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어떤 말씀을 하실까..

나쁜소리를 한 가득 들을거라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다. 길을 걸을땐 늘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너무 늦어버린거 같았다. 배울 기회가 생기면 좋으려만..

그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걸어가니 금방 도착했다.
집엔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오랜만에 돌아온 나를 보고 따끔한 한마디가 아닌 따스한 한마디를 해주시며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20살때 문뜩 독립하겠다며 나간 그 순간부터 가끔 집에 돌아왔지만 전해지 못한 그 이야기들..

갑작스레 찾아온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매몰차게 대할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긴 이야기가 끝나고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어머니가 다시 돌아오라고 말을 꺼냈다.

나는 부모님께 이제부터 내가 할 일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호텔의 위치를 알려드렸다. 다음에 꼭 찾아오라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가족의 따듯함을 느끼니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다.

5시가 되어가려하니 어머니가 밥은 먹고 가라고 밥을 챙겨주신다. 집밥이다. 따듯한 집밥이다. 아버지가 수저를 드시고 수저를 든다.

이제는 그런거 신경쓰지 말라고하셨지만 나는 지키고싶었다.

따듯한 집밥을 차려주신 어머니께 감사를 표하며 한 숟갈 먹으니 나도 모르게 지금까지 말라있던 감정이 확 올라왔다.

성인이 되기 전 매일같이 먹어왔던 맛이였다. 나도 모르게 그리워 하고 있던걸까... 눈 깜짝할 세에 밥 그릇을 비우고 소식을 하던 지난날이 거짓말처럼 느껴질만큼 최대한 많이 먹었다.

너무 허겁지겁먹어 배가 터질것 같았고 잘먹었습니다 한 마디를 말하고 부모님께 머쓱한 표정으로 가보겠다고 말했다.

힘들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말씀하신다. 그토록 싸우고 냉정했지만 지금은 뭔가 달랐다. 다시 돌아오고 싶었지만 나의 일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난 집을 나선다.

저녁공기가 내 코로 흘러들어온다.
시원한 공기를 맡으며 택시를 타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목욕을 하고 아는 친구와 연락을 하고 책을 읽다가 지배인이 내 방으로 찾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들고 왔다. 내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와인으로 들고 왔다고 한다.

지배인은 나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을 꺼냈다.

22살밖에 안된 젊은 사람이 뭘 하다가 그렇게까지 궁지에 몰렸냐고..

처음엔 말 하길 주저했지만 그의 눈빛 역시 나와 같이 정말 힘들고 지옥같은 날을 지내온 사람의 눈빛이란걸 보고 말을 했다...
긴 이야기가 끝나고 그는 날 좋게 본걸까. 월요일부터 바로 일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다음해 5월에 재 입대를 예상하고 있다. 여기서 길게 일을 하더라더 5개월인 것이다.

내가 배우고픈 것들을 배우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 전까진 이곳에서 나도 사회에 묻어가는 법을 배워야 할거같다.

사회는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는다. 싸움 역시 그랬으니까..

내일은 오랜만에 휘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해볼거다.

몸이 굳어있기에 하지 않으면 안될거 같다.
carol  19.12.21 이글의 답글달기

기분좋은글이에요:)

   복잡한 심정 [1] 19/12/28
   성탄절의 여유 19/12/25
-  다시 시작되는 인생
   간만에 휴식을 찾은 날 19/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