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1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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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31.금요일 쌀쌀하지만 춥지 않은 날씨였다. 6시 즈음 바라보았던 하늘은 을씨년스럽고 어두웠지만, 편안한 색이었다. 높은 하늘 위로 깊게 파인 달이 닳은 형광 스티커처럼 흐릿하게 빛나고 있어 그 작은 빛이 오히려 더 하늘을 아득할 정도로 높게 느끼게 하였다. 계속 걷고 싶은 날이었고 익숙한 거리도 즐겁게 걸을 수 있는 좋은 날이었다.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나에게 던지고 있었다. 난 물었고, 난 침묵했다. 강변을 걸을 때마다 내 자신에 대해서,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해서, 미래에 대해서 고민을 하였고 어느새 이 강변은 나의 울적한 감상으로 젖어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답이 없는 질문들에 지쳤고 이제는 이마저도 미루냐. 참 일관적이다 라고 생각했다. 코트 주머니에 양손을 넣고 혼잣말을 하고 강의 잔물결, 새를 그냥 멍하니 바라본다. 작은 오리 한 마리가 무리에서 홀로 떨어져있다. 유독 바람이 없던 오늘은 강에 하늘이 있었다. 음울한 하늘 위로 그 작은 움직임이 널리널리 퍼진다. 나도 저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 하루에 산책을 30분씩 하자. 이렇게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는 거야. 그렇게 다짐을 하곤 발걸음을 옮겼다. 어딘가로 가기 위해서 걷는 것이 아닌, 그저 걷기위해 걷는 것. 문득 무슨 느낌일까 궁금하다. 집 앞에 도서관이 있어 자주 간다. 열심히 공부를 하는 사람들, 많은 지식이 담겨 있는 책들, 흥미로운 이야기들. 책을 많이 읽진 않지만 도서관은 옛날부터 내게 참 좋은 장소이다. 내게 많은 것을 주는 곳. 그것도 대가 없이, 이유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설립 될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간 도서관은 옛날과는 다르게 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물건들로 여기저기 꾸며지고 벽에 때가 타거나 바닥이 지저분했다. 여기저기 사람들의 흔적들로 어느새 도서관이 사람내음으로 가득해져버렸다. 나쁘지 않다고, 오히려 좋다고 느꼈다. 이제는 어느 공간보다도 우리 동네를 잘 나타내주는 공간이 되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책을 고른다. 침울한 책? 감동과 교훈을 주는 책? 고민한다. 전자는 내 취향이며, 후자는 내 감정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을 빼서 몇 글자도 읽어보지 않고 다시 넣고, 빼고 다시 넣는다. 문득 읽는 것이 귀찮다고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나는 이러한 책을 볼까? 무엇을 채우기 위해, 과연 따뜻한 이야기를 읽는다 한들 남의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채워질 수 있을까? 또 질문한다.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이리 왔다, 저리 왔다 거린다. 걸음 소리를 죽이며 왔던 데를 다시 들르고 유명한 책을 훑어보고 넣는다. 집중하지 못한 채 서성인다. 넌 통제가 필요해. 내가 좋아하는 우울한 책 한 권과 유명한 책 하나를 빌린 후 심리책을 빌리러 걸음을 옮겼다. 나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객관적으로 보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이다. 심리 코너에서 미루는 습관에 대한 책들이 있었다. 책들을 다 비교해 보았지만 썩 끌리는 책은 없다. 그나마 제일 나의 상황에 맞는 책을 고르는데 문득 깨달았다. 나는 미루는 것도 맞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충동을 이기지 못해서 미루는 거구나! 중독이나 충동에 대한 책은 찾기 쉽지 않았다. 그나마 하나 있는 책을 억지로 찾아서 문장 하나 읽지도 않고 냅다 빌렸다. 집에 가면 이 책을 제일 먼저 읽어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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