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다른 사람   Romantic
  hit : 1914 , 2020-12-01 00:00 (화)
울다에서 어쩌다 나랑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의 글을 봤다. 완벽주의에 늘 철저히 계획대로 사는 사람. 댓글을 남겼더니 그 분이 영상 하나를 추천해줘서 봤는데 좋은 내용이었다. 

추가로 다른 교수님이 찍은 영상도 봤는데 그건 더 인상적이었다. 많은 것을 경험하며 삶을 살아가는 '나'(초자아) 와 그걸 관찰하며 지시하는 자아가 있는데 아 이게 초자아인가? 아무튼... 강박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면 그 관찰자가 건네는 말들을 자기 자신이라고 믿는다는 거였다.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고, 자기를 키워낸 존재라고 생각하고. 그런데 그 존재는 내가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나와 관찰자를 분리시켜야 한다... 내가 정리하려니 참 뭔소린가 싶다. 아무튼 기억 속에서 이 말이 희미해질 때면 그 영상을 다시 보자.

그리고 관찰자인 나를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때 성과가 더 클 수도 있다는 게 놀라웠다. 누군가가 나를 끊임없이 밀어붙이고 강압적으로 굴면 결국 나는 약해지고,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 나는 누군가 나를 혼내고 윽박지르는 걸 두려워했는데도 막상 내 안에는 그런 사람을 내 마음 속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얼마나 괴로웠겠어... 매일매일이 얼마나 힘들고 지쳤겠어.. 왜 그랬을까.. 왜 그렇게까지 나를 학대시키며 살았을까. 

결국엔 건강한 삶이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칭찬받는 게 좋다. 나를 이해해주고 내 성과를 알아주고. 그러려면 내가 나를 충분히 이해하고, 칭찬해주고, 보듬어주어야한다. 그래야 일을 마쳐도 번아웃이 오지 않는다.

첫번째 영상 상담사분(웃따) 이 말씀하신 건 흑백논리에서 벗어나라는 거였다. 이 분 영상을 보면서 진짜 놀랐던 게 강압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 예시를 들어주시면서 지각할 바엔 결석! 이러셨는데 그냥 너무 놀랐다ㅋㅋ 고등학교때 어쩌다 눈떴는데 9시면 학교를 통째로 빠졌기 때문. 아, 또 완벽이란 건 없다는 것... 완벽은 존재하지 않는데 계속 완벽을 추구하다보니 점점 지치고 미쳐가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힘들 일이 아닌데 내가 나를 너무 학대시키던 건 아닌지. 관찰자의 생각이 내 생각이라 믿고, 그 생각들은 고통스럽지만 나를 성장시킨다고 믿고 따른 것이 아닌지. 이제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 뿐이다. 

이렇게 힘들어할 필요가 없다... 괴로움이 날 성장시킨다고 생각하지 말자. 

밤에 룸메가 집에 돌아오고 조심스레 나 강박성 성격장애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더니, 그걸 이제 알았냐고 그러더라.
李하나  20.12.01 이글의 답글달기

오 그 교수님의 영상도 좋은 것 같네요! 저도 사실 그 초자아와 자아가 통합되었으면,,하는 의미로 울다에서 '하나'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답니다. 저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분을 만나니 반갑네요!ㅎㅎ 앗, 그런데 완벽주의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과, 강박성 성격장애를 갖고 있는 것은 조금 다르답니다ㅎㅎ '강박성 성격 장애'는 정신질환의 진단명이라서, 의사나 임상심리전문가와의 상담 후에 진단을 받게 되어요! 그러니 '나는 강박성 성격 장애다'보다는, 나는 완벽주의적인 면이 있구나, 강박적인 사고를 하는 구나, 라고 생각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같이 노력해보아요! 완벽주의의 족쇄로 부터 자유로워지는 그 날까지ㅎㅎㅎ

Judy Moody  20.12.01 이글의 답글달기

정성스런 댓글 너무 감사드려요ㅎㅎ 강박성성격장애는 어감이 조금 세긴 하네요.. 같은 상황을 겪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돼요. 저도 하나님도 앞으로 삶이 조금 편해지길 바라며... 기분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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