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일이 재미가 없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과연 난 잘 살고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어제 문뜩 들었다. 무언가의 문제를 안고 고민을 하면 명쾌한 답은 안나오고 고민만 깊어지듯이 어제는 하루종일 다운상태였으나, 나도 사람인지라, 쉬는날에는 역시 마음이 가볍다. 여자친구가 날 위해 스킨케어샵을 예약해줘서 멜번에 와있다. 남자도 가꾸는 시대라지만 난 오히려 한참 쨍쨍하고 젊었을때 열심히 가꾸고 반대로 케어가 더 필요한 지금의 나이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미국에 처음 왔을때 느꼈던 자유로움중 하나는 사람들이 외적인 것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였다. 자신이 추구하는 개성과 편의성을 가장 중요시하며 굉장히 편하게다니는 것을 보고 이 사람들은 남의 시선 상관없이 정말 떳떳하구나. 크게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물질적인 여유가 아닌 그냥 남의 억압없는 심리적인 여유로움을 중요시 하는 타입이란 것을 느꼈다. 처음 미국에 왔던 2008년에 마트 주차장에서 거지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며 오늘 아침에 쿠키를 얻었는데 너도 한입 할래 라며 인사를 건내던게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그렇게 거지같아 보이지는 않았을텐데(?) 그렇게 거지조차도 기죽지 않고 여유로운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됐었고, 한국은 좋은 나라지만 한편으로는 필요이상으로 남의 시선을 신경써야 하는 피곤한 곳임을 깨달았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행동이나 언행에서 조차도 모르는 누군가에게까지 질타받을 걱정을 하고 시선을 의식해야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게 얼마나 부자연스러운가를 느끼며 그때 문화 충격을 씨게 맞았던 것 같다. 우물안의 개구리가 큰 세상으로 나온다는게 이런건가 라며... 내가 알던 세상에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애니웨이, 벌써 한국을 떠난지 6년이 다되어 간다. 정말 시간이란 빠르다. 길고도 짧은 이시간동안 정말 격한 행복과 좌절도 많았고, 점점 생활이 익숙해져 극적인 감정선은 무뎌져 가지만 처음 느꼈던 그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은 깊숙히 쟁여두고 잊지 않고 싶다. 그래야만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남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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