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daily
  hit : 233 , 2023-07-06 16:18 (목)
요즘 보는 드라마에서
"나는 쉬는 말을 하고 싶어. 말을 많이는 하는데, 하고 싶은 말은 하나두 못했어. 
요즘 너는 무슨 생각 하니, 같은 쉬는 말들을 하고 싶은데 아무도 들어줄 사람이 없어"
라는 대사가 마음에 남는다.

내가 이런 말들을 하면 상대에게 짐이 된다는 걸 아니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것을 아니까, 깊은 말들은 하기 어렵다.

초등학생 때 나는 그래서 일기장에 일기를 쓰는 게 좋았다. 
선생님은 대나무숲이고, 가끔씩 내 일기에 코멘트를 길게 달아주는 날에는 기분이 좋았다.
내 일상을 궁금해 하고 매일 들여다 보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오늘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너무 지쳤는데, 
주변을 바라보니 모두가 지친 사람들 뿐이라 아무에게도 속엣말을 할 수 없었다.

사랑하면 할수록 어쩌면 병신같은 부분을 꺼내서 보여주게 되는것 같다.
나를 짓누르는 무언가가 있는 일상 속에서는 감추던 그런 말들
스스로 생각했을때도 바보같은 그런 모습들
사랑하고 나서야 보여줄 수 있는데 이상하게도 
동시에 그런 내 모습에 질릴 것 같아서 두렵다
나에게 사랑은 쉬는 말을 하는 사인데. 
서로에게 대나무숲이 돼서 그냥 지나가는 생각들을 같이 바람에 흘려보내는 
이 사람의 의중이 뭔지 떠보는 겉의 대화 말고 
그냥 그 순간의 진심, 생각, 어두움까지 있는 그대로 들어 주는
그런 건데
그런 나의 어둠들이 상대에게 물들 수도 있으니까 
사랑하려다가도, 조금 덜 사랑해야지, 조금만 덜 의지해야지
하게 된다.

멀고도 먼  23.07.12 이글의 답글달기

공감되는 글이에요. 저도 알지 못했던 감정과 마음이 이거였구나 싶어요

영이일기  23.07.13 이글의 답글달기

공감 꾸욱 누르고 갑니다... 제마음을 읽은것같아 위로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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