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 neuf.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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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한 동시에 불편하다. 바깥에서 써야하는 가면을 내려놓고 편한 모습으로 있어도 되는 것은 좋지만, 한 편으로는 뭔가 내가 착한 딸을 연기하고 있는 것 같은 위화감이 들어서 기분이 정말 찜찜하다. 주말에도 여름 휴가 겸 외할머니를 모시고 시골에 다녀왔다. 여행을 다니는 내내 마음이 즐겁지가 않았다. 후 근데 사실 내가 왜 가족과 있을 때 마음이 편하려고 노력하는 지 모르겠다. 나는 엄마가 미운데? 그리고 새아빠와도 그렇게 정이 깊지가 않다. 지금 나는 교류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식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 이상의 것을 안 한다고 스트레스 받지 말자. 자꾸 부모님이 잘 해주려 하니까 더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나는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게 잘 해주면 그동안 안 좋아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나는 부모님이 싫어서 별로 살갑게 대하지도 않는데 어제 엄마가 생일이라고 밥을 사주고 새아빠가 용돈을 주셨다 너무 감사했지만 좀 불효녀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묘한 죄책감을 뭐라 설명할 수가 없다 어제는 기숙사 방에 들어갔는데 내가 별로 안 좋아했던 룸메가 내 생일이라고 조각 케이크를 사다주었다 아놔...나는 한 학기 내내 안 좋게 생각하고 별로 잘 해주지도 않았는데ㅠㅠ 좀 더 마음을 열어볼 걸 그랬나?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이렇다. 워킹홀리데이 가서 직장을 떠날 때도 내가 몇 개월 내내 별로 안 좋게 생각하던 언니가 내가 떠난다구 막 배웅해주고 눈시울까지 붉어진 것을 보니 좀 의아스러럽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복합적으로 들었다 모르겠다~~ 무튼 지금은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다 아침에 또 인스타에서 막 어려운 상황에서도 결혼해서 넘 행복하다는 글을 읽고 뿌듯해졌다가 댓글로 누가 '그건 님이 예쁘고 젊었으니까 가능하지 안 그랬으면 불가능' 이딴 댓글 읽고 또 기분이 상했다 나는 뭔가 내가 결혼을 하기 힘들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어려운 사정에도 남자가 그걸 이해해줘서 결혼하는 이야기를 보면 묘하게 위로를 받는데 이렇게 뭔가 초치면 기분이 상한다 마치 넌 어차피 결혼 못 해, 이런 말 듣는 것 같아서 신기하게 나는 별로 결혼 생각이 없는 줄 알았는데 또 막상 하고 싶긴 한가보다 아~~ 기분 싱숭생숭해. 거기에 헤어진 남자친구 생각도 자꾸 나고 친구한테 화나는 일도 있는데 어떻게 얘기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별로 신나는 일도 없고 외롭고~~ 오늘은 기분이 별로네?ㅠㅠㅠㅠ 아 이따 또 집에 가야 하는데 진짜 얼른 직장 구하고 독립해서 편하게 지내고 싶다. 잘 사는 건 너무 어려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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