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미정
 맑음 hit : 1389 , 2002-09-19 01:11 (목)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봇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에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청마.유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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