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하루하루..)   미정
  hit : 2713 , 2002-12-10 04:42 (화)

한참동안 길거리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 보고 서있었다.
하얗게 내리는 눈이 어깨위로 떨어진다.
코트깃을 세우며 난 영화속의 한장면을 떠올렸다.
씨끄러운 시장골목의 한 귀퉁이에 서서 난 한참동안 발을 떼지 못했다.
그렇게 이별하고 나서.
텅빈 내옆자리에도 눈은 내렸다.

2001년 12월.

" 여왕별? "
" 여왕벌? "
" 내가 지금 술을 먹어서 아이디가 잘 안보여요. "
" 님 아이디 잘못보면 오해하겠네. "

마을에 앉아서 방을 만들고 있던 나에게 누군가가 했던 말이다.
술을 먹었으면 잠을 자야지, 왠 게임이냐고 말해주려다가 참았다.
연말이라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시기였고 나처럼 한가하게 게임이나 하고있을 사람이라면.
.. 왠지 신세가 처량할것 같아서 였을까.
그러면서도 난 새삼스럽게 내 아이디를 불러봤다.
발음이.. 비슷하긴 하구나.

2001년 1월.

게임에서 만난 누군가에게 흑심을 품고 난 여전히 게임에 미쳐있다.
그사람은 아빠같이 자상한 사람이었고, 나이차도 다섯손가락으론 모자란다.
나이때문인지 무척이나 현실적이었던 그사람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우려했다.
처음 시작은 내가 했지만.
그사람은 결국 날 좋아했다.
.. 발렌타인 데이에 난 커다란 불량식품 박스를 그사람에게 건넸다.
그리고 화이트데이가 올때쯤에 그사람이 나에게 약혼이라도 하면 안되겠냐고 말했다.
추운 겨울날 날위해서 싸온 김밥을 아무 성의 없이 받아든 나는.
그날밤 그사람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좋은 오빠로 지내자는 말과 함께.

2001년 3월.

12월의 어느날 나에게 말을 걸었던 그사람과 가까워졌다.
한살차이임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존대말을 써주는 사람.
여전히 게임 안에서 였지만 같이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고..
주위에 우리가 실제로도 애인인줄 아는 사람이 생겼다.
난 또다시 게임에서 만난 이사람에게 마음이 흔들렸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 난 아직 내옆에 누군가를 두고싶다는 생각이 안들어.
.. 오랫동안 혼자였고.. 있어도 잘해줄수 없을거야.

나의 고백에 그사람이 말했다.
또 울었다.

" 오빠가 이런다고 진이랑 오빠사이가 어색해지거나 하진 않을거란거..
.. 알아. 그래줄꺼지? "

확실하고 분명한 대답에 난 울면서 키보드조차 칠수가 없었다.
너무 쉬운 감정이라고 생각할수도 있었을 내 마음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 야!! "

그제서야 난 멍하니 올려다보던 하늘에서 시선을 떼고 주위를 둘러봤다.
사장님이 하늘과 같은 검은색의 우산을 받쳐들고 나를 바라본다.
여전히 한쪽속엔 담배가 들려져 있다.
내리는건 눈인데.
바닥엔 흥건히 물 뿐이다.
같은 겨울인데..
올해 겨울은.. 시작이아니라 끝이었다.

ckato412  02.12.10 이글의 답글달기
=,=

에혀,,,
님,,힘내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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