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했다...   Piece of memory...
 옷이 얇아 추운 날씨 hit : 1702 , 2004-02-18 03:23 (수)


당했다...

확실하게...깔끔하게...

난 아무래도 바보인가보다....

그것도 아니면 몇 번 쯤 심각하게 생각했던만큼 그렇게 착한 아이이거나...

물론...그것도 집 밖을 떠난 나에 국한되긴 하지만 말이다...



일을 관둘거라고...

친구며 주변 사람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말을 했었는데....

말을 꺼내지조차 못하고 다시금 짧게는 한달이란 시간을 더 일해야하니...

생각해보면 내게는 전혀 나쁠 게 없는 조건인데도 어딘가 씁쓸한 건...

내 생각을 한마디도 표현 못 했다는 거겠지....

그래서 당했다는 표현이 절로 대뇌에서 손가락으로 옮겨진 거겠지...



인정받는다는 기쁨...

다른 면은 제쳐두고 '일' 이것 하나로만 살폈을 때...

그것에 대한 나의 프라이드는 남들과 비교도 할 수 없이 높은 듯 하다..

쉬는 게 죄악처럼 느껴질만큼...남들에겐 일도 아닌 게 내게는 큰 일이 되었고...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때도 상황도 내게는 다 보였으니...

남들은 자기 일하는 곳에 친구며 애인이며 다 데리고 와도...

난 그걸 정말 진심으로 원치 않으니...

말은 친구가 와도 많이 못 챙겨줘서라고 둘러대지만...

솔직한 내 마음은 그 반대인 걸....친구를 챙겨주려면 일을 제대로 못하니까...

내 자신이 남들이 말하는 워커홀릭일 줄이야....

쓰고보니 더 확실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맞다....난 일벌레...

그래도...

좋게 생각하자...

일에 빠져 사니까....

불면증도 사라지고...

돈도 더 많이 벌게 되고....

집에 무엇 하나라도 더 해줄 수 있게 되고....

그 아이 생각할 시간도 줄어들고...

오랫만에 만난 사람들은 그 전보다 훨씬 더 반갑게 느껴지고....

그래도...

오늘 일은...'당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 같다...

당했지만...비록...오늘은 당했지만...

사장과 누나들...그 세자매의 사탕발림에 속아넘어가줬다고 해두자....

'뒷통수치기 반응'...그게 아닌 게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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