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꼬렛 좋아하세요?   카테고리가뭐야
  hit : 3190 , 2006-06-17 00:00 (토)
쪼꼬렛 좋아하세요?

이런 질문 받으면 한마디로 대답을 잘 못하겠다.

모든 쪼꼬렛이 아무때나 좋은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쪼꼬렛을 글로 표기할때도 초콜릿이라고 써야 할지 쵸코렛이라고 써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걍 이도 저도 아닌 쪼꼬렛으로 쓰려고 한다.



원래 단 음식을 입에 달고 사는 편이었으나 점점 몸에 안좋다고 여겨지는 종류의 음식들을 기피하게 됬다.

지나치게 강렬한 맛이나 조미료가 들어간 국물맛이나 혀가 쩐다고 느껴질 정도의 단맛이라든가 수입 밀가루의 텁텁하고 소화안될꺼 같은 질감 같은거 말이다.



원래부터 녹아드는 듯한 달콤함을 즐기는 성향이 다분했었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이나 쪼꼬렛처럼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맛은 나를 황홀하게 만들곤 한다.

입에 넣는 순간 혀바닥에 도는 감촉이 어떤 미남하고 키스를 한다고 이 맛이 날까 싶을 정도로 황홀하다.

그렇지만 이젠 맛을 즐기던 성향이 조금씩 깊어져서 거의 자극이 없는 맛에서 깊이를 느끼는 성향으로 가는 중이다.

맛보다는 깊이, 혀의 즐거움보다는 내 몸의 필요로 가는 중이다.



그래서 요즘은 쬬꼬렛을 좋아할 때도 내 몸이 원할때다.

남들이 담배나 술을 찾는 것처럼 나를 진정시키고 위로해줄 대상이 필요하다.

가끔 커피, 가끔 단 음식이 그 자리를 꿰차지만 이 두 가지가 그다지 몸에 좋은 맛이 아니라는데 즐겨찾기가 곤란하다.

그렇다고 턱이 약한 내가 껌같은 걸 계속 씹는 것도 힘들다.



내가 쪼꼬렛이 당길때는 말그대로 당길때다.

몸이 알아서 필요로 하는 것을 부를때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게 당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무언가 결핍의 순간에 찾게 된다.

확실히 쪼꼬렛은 위로하는 맛을 가졌다.

위로하는 성분 또한 몸이 아는 모양이다.

담배의 맛이 그리운 것 보다 담배의 성분이 몸을 당기니까 피우게 되는것 처럼 난 쪼꼬렛의 성분을 필요로 해서 그것이 몸을 당긴다.

그래서 달지 않고 카카오열매 함량이 높아서 쌉싸름한 쪼꼬렛을 발견하길 바란다.



어쩔땐 아무리 쓰고 풋내가 난다 해도 카카오 열매 자체를 씹어보고 싶어진다.

그것을 먹으려면 어디로 가야하나.

남미나 아프리카로 가야만 하나.

나의 위로가 될만한 것이 그렇게나 멀리 있단 말인가.



쪼꼬렛은 벨기에산과 독일산, 스위스산이 유명하다고 한다.

뭐 그 차이를 느낄 만큼 비교할 기회가 있었다거나 입맛 까탈스럽게 쪼꼬렛을 먹어보지 않아서 어떤 것이 더 내 입맛인지 모르겠지만 내 입맛에 맞는 쪼꼬렛을 찾고 싶다.



쪼꼬렛을 의존적으로 즐기기는 하지만 중독적으로 즐기지는 않기 때문에 그냥 한번쯤 진정한 쪼꼬렛을 느껴보기라도 했음 좋겠다.

입에 넣는 순간 쌉싸름한 부드러움이 내 혀에 녹아드는 행복감이 미리 그립다.



난 요새 별로 높지도 않은 온도에서도 쉽게 녹아내릴 것만 같은 심장을 계속 움직이고 있다.

심장이 쓴 맛을 내듯 아려와서 이것이 아프게 녹아내려서 내 뱃속까지 녹여버릴까봐 겁이 날 정도다.



부디 내 심장의 고통을 덜어줄 동일한 맛으로 내 심장을 위로해 주었으면 좋겠다.
혀바닥이 그 고통과 달콤함을 나눠가짐으로 내 심장이 잠시 쉴 수 있도록..

심장의 쓴 맛에 달콤함이 약간은 섞여 있기에 심장이 목말라 죽고 있지는 않고 있다.

바로 이것이 내가 바라는 쪼꼬렛의 맛이다.
cavatina  06.06.26 이글의 답글달기

저도 초코렛 정말 좋아합니다.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표기할 때 애매모호해서 마음 내키는 대로 쓰곤 합니다만. 아아, 카카오가 많은 초콜릿 말인데요, 일본에서 팔더라구요. 76%, 80%, 94% 이런 식으로 3종류였던 것 같은 데, 맛보신 분이 76%만도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데요. 쌉쌀하기만 하니까. 그런데 또 다른 분은 '괜찮은데, 이거.'라는 감상평을. 뭐, 사람의 취향이죠. 하하. 저도 먹어보고 싶어요, 카카오 담뿍 초콜릿. 뭐랄까, 후회할 것 같아서 두렵지만(땀)

흐림없는눈으로  17.11.04 이글의 답글달기

안녕하세요 잘지내시죠? 덕경님 예전 덕경님 일기를 종종 재미있게 읽곤 했었죠 일기장에 방문한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오랜만에 와서 덕경님의 일기를 보니 11년이 ;; ㅠㅠ 세상에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던거죠? 시간이 이렇게 도둑같이 ㅠㅠ 많이 변해버린 저의 모습이 어색할때쯤 이 일기장이 왠지 좀 서글퍼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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