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사랑했었던 그 아인 지금 │ 미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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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아이가 있다. 정열적인 사랑을 했던 애인도 아니고 맘속으로 열열히 좋아했던 그 아인 더더욱 아니다. 없으면 보고프고 그리워 지는 아이.... 곰곰히 생각해 보면 어느 누구보다 추억이 많았던 사람인것 같다. 그래서 더욱 잊혀지지 않는 사람일 수도 있다. 추억이 많은 아이.... 봄.... 해마다 그 맘때쯤 되면 우리 고장에선 벗꽃잔치가 화려하게 치루어 진다. 언제 부터인가. 그애를 알고 일년이 지났을때 부턴가 기억이 희미하다. 많은 동아리 사람들을 따돌리고 그애와 단둘이 흐드러지게 핀 벗꽃아래서 다정히 손을 잡고 한없이 걷기만 하는 연례 행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런 일은 한해로 끝난게 아니다. 매년마다 소식이 끊었졌다가도 갑자기 벗꽃만 피면 내 앞에 나타나 그 길을 걷곤 했다. 멈춰서는 법도 없다.어디로 들어가거나 다른 장소로 새는 적도 없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한없이 걷기만 한다. 특이나 우리는 밤에 자주 걸었던 것 같다. 까만 밤하늘을 바라보면 하얀 꽃이 마치 하늘에 박힌 별처럼 보이기도 했고 무수히 떨어지는 솜털같은 눈처럼 보이기도 했었다. 그애는 유난히도 방랑벽이 심한 아이였다. 가정에 정을 두지 않은 아이여서인 것 같았다. 일년간 부모도 형제도 친구들도 소식을 끊고 사라진적이 있었다. 그때 아는 언니 커피숍을 맡아 봐주던 때였다. 조용히 문을 여고 들어오는 앳띤 그애 가 들어오는 것이다. 은근슬쩍 입가에 미소를 띄고 안녕 하며 애기하는 폼이 마치 언제나 봐왔던 사람처럼 .... 일이 끝날때까지 한 구석에서 밖만 무심히 바라보던 그 아이와 우린 주점으로 갔다. 그애가 건네준건 배표...자신이 타고 왔던...그리고 아무 내용도 없는 엽서 세장과....우린 다시 그 길을 걸었다.그러다 바닷가로 발길을 돌려 해가 뜰때까지 이런 저런 애기를 하며 같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길로 그 애는 배를 타고 다시 떠났다. 어느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지금도 그애에게 있어 나는 어떤 존재였고 나에게 있어 그애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사랑이기엔 너무나 정적이고 우정이라기엔 동적이고 ..... 봄은 나에게 있어 벗꽃과 그 아이이다. 그외에 나에게 있어 봄의 의미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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