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미정
 오랜만에 눈 hit : 153 , 2001-02-09 23:01 (금)
졸업식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그럴듯한 하루를 보내긴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다.
졸업식장엔 얼굴한번 비출 필요조차없었다.
아니 비추일수 조차없었던거다.
식장엔 졸업생들이 관람객이 되고 관람객이 되어야할사람들이 정작 그자리를 메루고 있었다.
뭐.... 그럭저럭 놀다가..
교실로 가봤다.
칠판에 이런들들이 써있었다.
서울대....1명
이화여대.....1명
숙명여대.....1명
"
"
"
"
어이가 없었다.
우리반 아이들의 실적을 떡하니 써놓은거다.
담임짓이다.
진짜 웃기는 담임이다.
그게 뭐 자랑이라고....

암튼 난 졸업장, 개근상장, 생활기록부따위의 서류들과 졸업앨범을 들고 교실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사진도 마구 찍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찾을 수는 있을지 의문이다.
이곳저곳 기웃기웃........에구...한장정도는 내손에 쥐어지겠지...그렇게 믿고 있는중이다.

그리곤 학교를 빠져나와 친구 보영이와 밥을 먹으러갔다.
보영이는 돈까스를 먹고 나는 생굴순두부백반을 먹었다.
창가에 앉아서 먹고있었는데 밖에서는 함박눈이 펑펑내리고 있었다.
어떤 아줌마가 막 뛰어갔다.
그걸 본 보영이와 나는 죽으라고 웃었다.
아줌마가 머리크기에 맞지않는 무지하게 작은 비니루봉지를 머리에 뒤집어 쓴채 뛰어가는 모습이란....ㅋㅋ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생각했다.

밥을 헤치운 우리는 극장으로 갔다.
나는 버티칼리미트를 보고 싶었는데 ...
할수 없이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를 봤다.
괜찮았다.
재미있었다.
전도연이 걸레라는니 뭐라느니 그러는데 ...
그래도 연기가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그래서 정이 간다.
설경구는 "박하사탕" 볼때부터 유심히 본 배우다.
와~ 연기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떠버렸다.
아저씨처럼 친근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한번 더 볼려고 그랬는데 다시보면 재미가 떨어져서 실망할까봐 그냥 나왔다.
사실 한번 보기엔 재미있는영화지만 다시보면 지루할듯한 영화다.

극장을 나와 우리는 팬시점에 들렸다.
거기서 2000원짜리 머리띠랑 900원짜리 양말 두켤레를 샀다.
그리고 음악사에 갔다.
김장훈걸 살려고 간거였는데 다 떨어졌다고 그래서 할 수없이 토이꺼 2집 샀다.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걸'이 들어있는 거다.
지금 듣고 있는중인데 아직까지는 아무느낌이 없다.
근데 토이노래는 여러번들을수록 정이가는거 같다.
그래서 열심히 더욱 집중해서 들어볼 생각이다.

아~ 무지 긴 일기를 쓴거 같다.
그래....오늘은 조금은 특별한 날이었으니까....
암튼 난 오늘부로 고등학생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학생이라기도 그렇구....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듯한 느낌이다.
왠지 허전한...


다시 깊이 생각해보니...오늘은 많이 특별한 날이었나 보다.
고등학생으로서의 마지막 날이라니...
잊지말아야지.. 내 소중했던 시간들을..
갑자기 슬퍼질려고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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