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구걸하다.... │ 마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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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남자에게 구걸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구차해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만나자는 그의 말에 기뻐서, 반가워서 일주일전부터 새 옷, 새 가방, 새 구두를 마련하는데 모아두었던 돈을 아낌없이 썼다. 친구로서 만나는 약속이었지만 그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돈도 아꼈다. 밥이라도 살까. 아니면 영화라도 같이 볼까하고.. 오랜만에 설레이는 마음에 줄곧 들떠있었다.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할까, 뭘 하고 놀까, 어색하지는 않을까, 머리가 길었다거나 더 잘생겨지지는 않았을까, 짧아진 내 머리를 보고 무슨 말을 할까... 여러가지 잡다한 생각에 몇일전부터 머릿속이 꽉 차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은. 혹시 이 사람이 내 첫사랑은 아닐까.. 하고... 그리고 약속당일. 그는 우습게도 약속을 잊고 있었던 것 같았다. 굉장히 곤란해했다. 나는 빈말도 구분못할 정도로 바보가 아닌데.. 아마도 그 사람에게는 그 정도의 약속이었나보다. 마치 내가 그 사람의 시간을 뺏기라도 하는것 마냥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녁에 시간있어?' 하고. 그랬더니 '오늘? 잘모르겠네.' 시큰둥한 대답............. 화가 나서 차갑게 대했다. '그래, 잘지내.' 하고.. 그는 기대를 주었다. '금방 끝날 것도 같은데.' 라고 말했다. 그냥 안만나려고 포기하려고 했는데. '그럼 혹시라도 시간이 되면 7시 까지 연락주세요.' 그랬더니 알았다고 대답했다. 친구들을 만나 이 얘기를 했더니 화를 냈다. 나에게 욕했다. 나를 걱정해서 그랬겠지만... 7시를 조금 넘겨 그에게 연락이 왔다. 아무래도 못 만날것 같다고 말했다. '저녁이라도 사고 싶어서 그래, 많이 바뻐?' '바쁘긴, 그냥 친구 좀 도와주느냐고..' '그럼 내일은?' '내일은 아침부터 약속이 있어서..' 아......... 비참하다. 구차하다. 쪽팔리다... 화려한 꽃단장은 친구들의 눈요기, 놀림감만 되었고.. 결국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다. 친구들에 말에 의하면 여자는 그렇게 매달리면 꼴불견이라고 했다.. 나 엄청 꼴불견이었을까? 사랑앞에서 자존심버리는게 뭐가 나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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