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기를 쓰지않고는 도무지 잠이 들수가 없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 아무 의미도 없고 진실인지 거짓인지도 모르는
나의 가치없는 이야기를 미친듯이 던져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소중한 하루의 일부분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거라는 80%의 확률을 가진
나의 무의미한 이야기를 쏟아붓기 위해
아무 의미없이 내게 헌신할 것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좀 더 솔직하자면,
나조차도 훗날 기억하고 싶지 않을
순간의 감정 변화로 인해 점잖치못한 나의 모습을
타인의 뇌리에 박히게하고 싶지 않은거다.
때로는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줘도
내가 참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모습대로 나를 인식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말도 안되는 바람도 가져본다.
결국 나의 두서없는 이야기를 받아줄 것은
일기장 뿐인거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이야기를 쏟아붓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성질을 가졌다.
결국 내가 택하는 방법은
나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일종의 암호화를 시키는 거다.
나조차도 풀어내기 힘들 암호를 내뱉어놓고서는
또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알아버렸으면 하는
모순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가 알아버리면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모순 투성이다.
나조차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나에 대한 이해를 바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는다.
나의 사고를 논리 정연하게 정리하는 글을 원하지도 않으며,
나에 대한 진지한 고찰 따위도 원치 않는다.
그냥 지금 이 순간 내 마음만 위로되고 비워지면 되는거다.
그냥 되는대로 내뱉고 떠오르는 대로 짓껄이다가
조금이라도 뚫리는 느낌이 있으면
그걸로 되는거다.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하나 만들어보자.
시작과 끝을 알지 못하는 길에
세사람이 있다.
한사람은 그 길의 끝이 절망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그의 삶은 어떻겠는가?
한마디로 의미가 없고 비참하다.
그는 절망을 위해 발에 체중을 싣고 에너지를 소비하며 나아가는 것이다.
한걸음 한걸음이 두려우면 무겁고 어두울 뿐이다.
극단적으로 그 길을 가는 것을 포기해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또 한사람은 그 길의 끝에 가치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
비록 그 길의 끝에는 그가 상상한 것보다 형편없는 것이 있을지라도
그의 여정은 설레이고 즐거울 뿐이다.
때로는 힘에 겨운 순간도 있겠지만
다시 일어서서 발을 내딛을만한 충분한 동기가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그 길의 끝에 대한 확신이 없다.
두려움과 설레임이 공존하는 길이 되는 것이다.
망설임이 많고 힘들 때 극복할만한 그럴 듯한 동기도 미미하다.
삶의 시작과 끝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어떠한 태도로 삶을 꾸려 나갈 것인가는
너무나도 쉬운 대답이다.
그냥 희망을 가지고 믿는거다.
길의 끝에 무엇이 있든 그 과정이라도 유쾌할 수 있게끔
그렇게 믿고 힘차게 가는거다.
부족한 인간의 두뇌로 해석하기에도
어떤 태도의 결과가 좋게 나타날지는
너무나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100%의 확률을 부가하기에는 변수가 많은 세상이므로
결과가 어떻든 그 길을 가는 여정이라도
편하고 즐겁게 갈 수 있다는 결론으로
위안을 삼는거다.
인간은 알면서도 의심하고
알면서도 행치 않는 어리석음을 가진 존재다.
계속 자극해야하는거다.
특히 나같이 두드러지게 모자란 인간들은
일기가 너무 필요한거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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