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hit : 2586 , 2007-12-24 00:34 (월)





주말 내내 집에 콕 박혀서 내가 뭐한 줄 아니?

진짜 오랫만의 집청소였어

맘 먹었던 이불 빨기도 하고.

진작에 했어야 할 옆방 청소도 하고.

생각만한 것들은 생명이 없어

행동하는 것에 생명이 있지

난 오늘 집에서 먼지 뒤집어 써가며 이거저거 실컷 청소했지만

오늘 하루 살아있었다는 기분이 들어

내가 나한테 선물을 주고 싶고 축복을 해주고 싶어

그래서 청소하고 깨끗이 씻고 보일러 틀어서 따끈한 온돌방에서 등을 지졌지

맛있는 걸 사와서 살이 찌든 말든, 걱정은 되어도 양것 먹고 또 먹으며

내가 나의 입을 감동시키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줄창 틀어보며

내 눈을 감동시켰고 소리도 빵빵히 틀어서 내 귀도 황홀하게 했어



근데

그거 아니?

아무리 생각을 없애려 해도 순간 찾아오는 외로움은 어찌할 수가 없어

숟갈질을 멈춘 그 잠깐 사이 엄마 생각이 나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 화면을 정지시킨 그 정적 사이로 누군가의 얼굴이 생각나고

그럴 때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찌할 수가 없어

어찌할 수 없는 먹먹함?..막막함?

가슴이 쥐어뜯고 싶은 기분..

아직도 온전히 나는 혼자이지 못해

누군가의 무엇이 되어도 나는 언제나 그럴 거라는 기분이 들어

그런 생각에 오늘 하루도 그냥 살아

그래. 그냥 살아!

환한 불들을 하나씩 꺼버리고 고요의 시간으로 가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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