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만 왔다하면 우울해진다 끊임없는 대학얘기들, 그리고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그들에겐 난 그냥 누구의 딸일뿐이며 , 씹어먹을 땅콩알갱이 일뿐 근데 왜 이렇게 내인생에 시시콜콜하게 관심을 가져주시는지 덕분에 3개중에 하나 떨어진 대학얘기를 계속 끊임없이 듣곤하지 난 그 자체가 스트레스라서 싫은데,
내가 전화만 받았다하면 이거구나 싶어 다들 하는얘기들
"아 참 대학은 어떻게 됐니?' 라고
그럼 오히려 되묻고 싶다 ' 그쪽자식들은얼마나 대단한 대학에 갔는데요?' 라고.
잊을만하면 쏟아지는 대학질문에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 화제를 돌리려고 해도 대학 3개까지 확인을 하고 나서야 수화기를 놓게 하는 치밀함이란,
정말 끝내주는거 하나는 전화를 해서 난 누구라고 밝히지 않는다는거다
엄마 계시니?로 시작해서
그래 나머지는 잘 되겠지라고 끝나는 말들 언제쯤이면 벗어날 수 있으려나
덕분에 어디 나갔다 온 엄마에게 바락바락 악을쓰고 소리를 질렀다 울고 소리지르고, 나에게 얻어지는건 뭘까? 왜 말하고 다녔냐고 왜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전화받아야 하냐고 언제까지 내가 이 대답 해야하냐고
왜 어른들은 그렇게 할 일이 없는걸까? 타인의 얘기로 대화를 채워야만 하는걸까? 그래서 때로는 외국의 화법이 좋다고 하는거다. 잘 지내냐는 한마디가 대학어디갔냐는 한마디가 더 필요한걸 알았으면 좋겠다.
엄마는 되묻는다. 내가 언제 너 그대학 떨어졌다고 뭐라고 한 적 있냐고.
뭐라고 하고 안하고 간의 문제가 아니니까. 분명 내가 오늘 소리지른건 앞짚에도 아랫집에도 윗집에도 어쩌면 아파트 전 층계에 다 들렸을지도 모르지.
근데 어쩌면 나는 내 자신에게 소리지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넌 왜 이것밖에 안되니' 라고...
왜 이거밖에 안되는 인간이어서 너나 부모나 다 힘들게 하는거냐고
뵐 낯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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