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안해도 알 것 같고, 편안하고, 무언가 안정적인 것이 마치 두 사람이 아닌 한 사람인것만 같습니다. '익숙함'이란 것이 그런것이겠지요.
하지만 이 '익숙함'이 무르익을수록 상대가 나와 다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기심'도 함께 커진다는 것을 최근들어 느끼고 있습니다. 아마도 서로 공감하는 것이 많아지고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와 같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져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익숙함' 속에서 커져가는 '이기심' 덕분에 쓸데없이 마음이 상하고, 자존심이 상하고, 상대를 이해하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처음 사랑할때의 초심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그만큼 함께했는데 왜 몰라주는거야?' 라는 의구심만 쌓여갑니다.
문득, 처음 둘이 만나 사랑하고 한창 마음을 열어갈때는 오히려 상대를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남'이기 때문에, 나와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는 생각의 지배하에 있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주기가 더 수월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다 아름다워 보이고 상대가 나와 잘 맞는다고 느끼는 건 아닐까요?
그러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나면 상대가 나를 다 알 것 같은, 저사람도 나랑 같아졌을 거란 기대를 품게 됩니다. 말을 안해도 알아주길 바라고, 별 것 아닌 일에도 쉽게 기분이 상하기 시작합니다. 똑같은 일로 자주 다투고, 그러면서도 나나 상대방이 소심해지는 것 같고 집착하는 것 같아서 괜스레 가슴이 답답해지기까지 합니다.
사귄지 1년 3개월... 결혼하기까지 앞으로 5개월을 남겨둔 저희 커플 역시 이 수순을 밟고 있는 중입니다. 생각하건데 답은 없는것 같네요. 그냥 서로를 인정하고, 아무리 함께해도 나와 똑같을 순 없다는 것을 늘 상기하고 살아가는 수 밖에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가족 사이에서도 서로를 샅샅이 잘 알지 못하는데, 아무리 사랑하는 부부사이라지만 그사람이 '나'는 아니니까요. 그런데 사람이기에 쉬이 그것이 몸에 익지는 않네요. 몇십년을 다르게 살아온 상대를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아마 평생의 숙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내가 그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그사람이라면 한번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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