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 수 있는건   직장
  hit : 3179 , 2010-06-09 10:22 (수)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는 것 외엔
아무것도 없다. 정말 아무것도

아무리 외쳐봐야 나에게 돌아오는건 한숨뿐이였다

일에 대한 책임감과 욕심이 많던 나였기에
부족한 동료를 같이 끌어올리려다 (그래 내가 힘든것도 컸지)
착하디착한 세상물정모르는 어린양하나 잡은 못되먹은 계모가 되었고

이번 사건때문에 상사와 이야기 한번 나눈것이 전부인데
힘들면 매번 쪼르르 달려가 상사에게 이르고 상사를 괴롭히는 부하직원이 되버렸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 몇 번씩 찾아가서 불만 토로할때
그사람이 관리하는 사람이 몇인데 우리까지 힘들게 하진 말자고
어짜피 얘기해봐야 하소연이 될 뿐이니 너도 고생하지 말라고 얘기했던 나였는데
죄.다. 뒤집어 썼다

사람하나 병신만드는건 정말 쉬웠다


금요일.
선후배 만남이있다며 학교에 올 수 있냐는 전화를 받았는데
가서 해 줄 얘기가 없다

교수, 레포트가 아무리 널 괴롭혀도 학교다니는 시절이 최고라고

내 그시절 선배한테 듣던 똑같은 얘기가
학생신분인 아이들에게 들리기나 할까

자신의 노력으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곳은 학교뿐이다
아무리 외쳐봐야 그 아이들도 사회를 나와봐야 알겠지?

아이들에겐 이런 이야기보다
그저 돈잘벌고 있는 선배로 씹을거리나 손에 쥐어주면
그게 최고일지도 모른다



아참, 어제는 엄마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엄마에게 전화오면 항상 묻던 얘기였는데 왜그렇게 눈물이 날뻔했는지.

"별일없지~?"

"그럼 별일없지 뭔일 있을게 어딨어ㅎㅎ"

"왜이렇게 딸랑구 목소리 듣기도 힘들고 전화좀 자주해"

"무소식이 희소식이래잖아~ 걱정마숑!"


여느 때처럼 밝은 목소리로 통화했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건 여기까지..응 여기까지

Old Trafford  10.06.09 이글의 답글달기

그래도 후배님들이 많이 사회생활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까요?? 저같은경우 졸업한 선배가 귀찮아할정도로 많이 물어봤었는데요 ㅋㅋ

Dew  10.06.10 이글의 답글달기

제가 다녀오면 꼭 일기쓸께요^^

프러시안블루_Opened  10.06.09 이글의 답글달기

언제간 인생이란 제목으로 일기를 썼는데요.
혹, 도움이 되실지 몰라서 댓글을 대신하여 그 내용을 오려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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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어제는 아내의 생일.
출근하며 "오늘은 빨리 들어올께" 라고 말했지만 결국 10시였다
홍차장이 상무님에게 무지막지하게 깨지는걸 봤는데 그냥 집으로 보내질
못하겠더라
막걸리 한잔 하자고 그랬다.
아내여
이해해라.
부하 직원이 집으로 들어설때 그 초라할 어깨가 떠올라 너무 가슴아프더라.

3.
홍차장.
요새 애들은 "지못미"라고 한다며?
홍차장. "지못미"다............................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야기 하나 해줄께.

내가 대리때 정진배 과장님이라고 선배가 계셨어
매우 뛰어나신 분이었는데, 마흔이 넘어서 신학대학 가신다고 회사를 그만 두셨지.
그 분이 하루는 내 앞에서 상사에게 엄청 깨졌는데,
내가 봤을때 그분은 정말 잘못이 없었거든.
그런데, 선배는 말없이 당하시더라구.

화가 나서 묻는 내게 그 선배가 해줬던 말이 내가 지금 홍차장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야.
그대로 옮기자면 이래.

살다보면 터무니없는 오해를 받을때도 있고, 억울할때도 있는데
그때 나는 속으로 중얼거려.

똥개야 짖어라. 기차는 간다........................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레 오해도 풀리고, 나중엔 대부분 사과를 하더라구.
그땐 미안했다고.
그냥 내 길을 가노라면 나중엔 오해도 풀려.

홍차장
살다보니 나도 종종 그런 경우를 당하게 되더라. (사실은 자주)
그럴땐 속으로 중얼거렸지.
똥개야 짖어라. 기차는 간다.

개 짖는 소리에 고개 돌리지 말고 묵묵히 당신 길을 가.
마음이 언명하는 기차길 있잖아.
내가 홍차장 믿고 좋아하는지 알지?


화이팅이다.
제수씨한테 시무룩한 티 안낼거지 ?

Dew  10.06.10 이글의 답글달기


글을 읽는 순간 눈물이 났어요
(원래 눈물도 많긴하지만 요즘들어 정말 예민해졌나봐요)
너무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드려요
정말 많은 위안이 되네요^^

살다보면  10.06.09 이글의 답글달기

'내가 할 수 있는건 여기까지'란 말이 정말 와닿아요...
이럴땐 정말 의욕이 확 사그라들죠. '나 이제 아무것도 안해!!' 해버린다는...
하지만 중요한건 그 모든게 Dew님이 좋은 마음으로 했던 일들이니까,
자책이나 후회는 하지 마세요^^ 스스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생각대로 길을 갔던것 뿐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그걸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기운내세요!!
그리고 누군가가 Dew님을 오해하고 있다면 하루빨리 풀렸으면 좋겠네요^^

Dew  10.06.10 이글의 답글달기

감사해요! 너무너무감사해요! 10월에 신부님!>.<
드레스는 결정하셨어요? 햐 제가 다 떨리네요ㅎㅎ
10월에는 신혼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들 기대할께요^^
다시한번 경축드려요^*^

억지웃음  10.06.09 이글의 답글달기


사람에 의해서 오해를 받는건 정말 싫어요...
저도 요새 살짝 처한 상황이지만... 다 덮어쓰고 뒤집어쓰는 그런 억울한기분..

Dew  10.06.10 이글의 답글달기

전 우습지만 회사관두고 일명 "뻑치기"를 하고싶다는 생각도 했답니다..ㅎㅎㅎ

사랑아♡  10.06.10 이글의 답글달기

저는 대학교를 나오지 않아서 대학교생활이 궁금하기도하고 한편으로는부러워요. 대학교선후배사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대학교 축제 이런것들 친구들한테 얘기를 들을때마다 ..약간의 후회도있지만 부럽고 하네요..^^

Dew  10.06.15 이글의 답글달기

저는 사랑아님의 사랑이야기가 부러운걸요>_<

새로운10년  10.06.13 이글의 답글달기

휴=33
사회라는 곳에 나와보니 사람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1년, 2년... 벌써 5년이 지났는데도 괜찮아지긴 커녕 점점 힘드네요.
입을 닫고, 귀를 닫고, 마음을 닫아
점점 쓸쓸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읽으면서 너무 공감하고 조금은 위로받고 갑니다.
역시 조그만 위로라도 드리고 싶은데,
저도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상태라 무슨 말이 좋을지 모르겠네요.
다만 저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쓸쓸한 사람으로 만들지는 말자고
매일 되뇌이고 있습니다..^^;

Dew  10.06.15 이글의 답글달기

^^ 제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면 감사해요!
저도 맘속으로 쓸쓸한사람이 아니라고 되뇌여야겠어요!
아 근데 5년이 지났는데도 괜찮아지긴 커녕 점점힘들다는 얘기는 너무 충격적인데요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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