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인터뷰 │ 공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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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뉴스 검색을 하다 <조영남 "헤어진 윤여정, 세상에서 제일...">이라는 제목에 낚여 클릭을 했다.
언젠가 "여배우들"이라는 영화를 보기도 했고, 그가 그녀에 대해 하고싶은 말은 뭔지 순간 궁금. 알고 보니 李箱 비평서를 내고 홍보를 위해 어느 기자와 갖은 인터뷰 기사였다. "이거 뭐야~" 하면서 읽어내려갔지만 다 읽고 의외로 재미있다고 느낀 인터뷰 내용. 별이유 없이 비호감이었던 인물이었는데, 생각 좀 달라지게 만드네. 자기 철학이 분명하고, 거침없고 솔직한 스탈. 이 책 쓰다 연초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하는데, 그가 그렇게 좋아한다는 젊고 이쁜 언니들이랑 "기쁨과 괴로움이 딱 반반씩 이뤄져있다" 는 이 세상 기왕이면 재미있게 지내다가, 그가 써달라는 묘비명 <웃다 죽다> 처럼 막 웃다가 숨 넘어 가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면 그도 나쁘진 않겠다. "딴따라가 진지한 시인에 대해 논하다" - 조영남 인터뷰 유상호기자 shy@hk.co.kr (한국일보) 점심으로 돈가스 접시를 비우고 나더니 차이나칼라 상의에서 주섬주섬 뭘 꺼낸다. 날짜별로 칸막이가 된 약통이다. 지난 연초 뇌졸중으로 입원했던 후유증이 아직 말끔히 가시지 않은 듯하다. "내가 이 책 쓰다가 다운됐던 거야. 이게 보통 책이 아냐." 가수 조영남(65)씨가 <이상(李箱)은 이상(異常) 이상(以上)이었다>(한길사 발행)를 기어코 썼다. 그가 오래 전부터 "꼭 쓰겠다"고 거듭 말했던 시인ㆍ소설가 이상(1910~1937)의 시에 대한 비평서다. 인터뷰를 하자니까 밥 산대서 갔더니, 데리고 가는 곳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국 지하 구내식당이었다. "비 오니까 대충 먹자고." 그러고는 후딱 식판을 치우더니 "자, 방송까지 두 시간 반 있으니까 얼마든지 물어봐" 하고 다그친다. 이상에 대해 얘기하기엔, 그에게 두 시간 반은 짧은 듯했다. 인간의 행동에 대한 손쉬운 설명 방법 중 하나가 유전자 결정론적 사고다. 뼛속, 세포 속부터 그렇게 타고 났다는 편리한 유물론. 조영남씨는 그걸 사용했다. 그건 이상에 대한 책을 쓴 이유뿐 아니라 생의 가치에 대한 인식에도 적용됐는데, 요약하면 '나는 재미를 추구하는 DNA의 소유자'라는 거였다. - 왜 이상인가. "첨엔 나도 내가 왜 이상에 끌리는지 몰랐는데 그게 아마 DNA 때문인 것 같아. 그가 나하고 비슷한 DNA를 지녔어. 이상이 건축을 전공했잖아. 우리 집안이 대대로 건축가 집안이야. 할아버지, 아버지 다 대목(大木)이었어. 그리고 이상도 그림 그리고, 나도 그리고. 이상도 시 쓰고, 나는 가수. 가수라는 게 '시 비즈니스'거든. 그래서 매료된 거겠지. '봉별기'라는 이상의 소설이 있는데, 내가 그 내용을 8폭 캔버스 안에 몽땅 기록한 그림도 그렸어." - 이상은 어떤 인물인가. "우선 이상은 나처럼 픽션을 좋아하지 않아. 소설도 썼지만 그것도 다큐멘터리에 가깝지. 자연주의자가 아냐. 인간에 대해서, 인간이 만든 물건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있지. 그렇다고 모더니즘의 일반적 틀에 갇히지도 않아. 내가 보기엔 랭보나 보들레르보다 훨씬 수준이 높지. 원래 책 부제를 '현대시의 제왕'으로 하려고 했어. 그런 이상을, 맞아 죽을 얘기지만, 아직 어떤 평론가나 교수도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더라고. 그래서 내가 써야겠다 마음먹었지." - 요즘은 방송인으로 불리지만 본래 가수이고, 작품 활동은 미술 쪽에 치중하는 것 같고, 이번에는 본격적인 문학비평인데. "나는 재미추구자야. 재미있다고 소문난 건 다 해보려고 해. 여자하고 노는 게 재미 있다고 하니까, 요새는 전문적으로 여자들이랑 수다 떨어." - 희랍철학의 에피쿠로스 같은 건가. "뭐, 철학까지 들먹이진 말자고. 인간의 본성엔 원래 재미를 추구하는 측면이 있잖아. 난 본능적으로 그 강도가 센 거지. 그런데 재미를 좇다 보니까 돈도 생기고, 유명세도 생기고 좋더라고. '한 우물만 파라'는 말 많이 하잖아. 나도 '노래 잘하니까 노래만 하라'는 얘기 지긋지긋하게 들었지. 반발심에 '여러 개 파 보자, 진짜 물이 안 나오나' 하고 재미 있는 건 무작정 해봤어. 그런데 파 보니까 다 나와, 물이. 팔 때마다 너무 재밌더라고. 한길사에서 이상 비평서도 냈으니, 그 쪽도 물이 나온 거 아냐? 김언호(한길사 대표)가 성깔이 얼마나 깐깐한데, 절대 책 허투루 내는 사람 아니라고." 그의 노래 '사랑없이 난 못살아요'의 첫머리는 이렇다. "밤 깊으면 너무 조용해. 책 덮으면 너무 쓸쓸해. 불을 끄면 너무 외로워. 누가 내 곁에 있으면 좋겠네." 언젠가 마광수 교수와의 대담에선 또 이랬다. "당신은 아픔 때문에 문학가가 됐고, 난 그런 쓰라림이 없어서 날라리밖에 못 됐다." 그는 두 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숱한 여자친구를 경험했다. - 꿈 같은 사랑을 못해봐서 억울하단 얘긴가. "그런 사랑을 해도 억울한 미련은 남는 법이여. 한편으로 만족하면서 본능적으로 아쉬운 법이지. 여친들과 원 없이 놀았다 해도 논 만큼 늘 아쉽지." -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의 경험에서 온 깨달음이 있다면. "관계는 기쁨과 괴로움이 딱 반반씩 이뤄져 있어. 어떤 관계든, 부모 자식 사이에라도. 신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거야. 행복이 있다면 외로움도 딱 그만큼 있어. 우리의 삶은 원래 절반은 비참한 거야. 근데 우리는 외로움을 하시하고, 고통을 외면하려고만 하지. 박용하 같은 친구를 보면, 그래서 안타까워. 인간의 기본 조건을 잘못 인식한 거지. 바보 같은 선택을 한 거야. 내가 이상을 존경하는 것은, 이상은 우리가 하시하는 고통, 병, 비참함과 정면으로 대결하며 산 사람이야. 반 고흐도 그렇고, 모든 위대한 예술가가 그렇듯이." 사람들이 별 관심 갖지 않는 사실이지만, 조영남씨는 음악 외에 신학을 전공했다. 그것도 보수적 성향의 미국 트리니티신학대에서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길은, 아마도 복음주의 신학이 가리키는 방향과 정반대일 터. 되레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하나님도 먹고 싶을 때 먹고 여자를 고른다"고 외치는 조르바의 모습에 가깝지 않을까. - 신학교엔 왜 갔나. "우리 집안이 고종 때부터 기독교 집안이야. 우리 어머니가 지독한 권사님인데, 왜 저렇게 살았을까 궁금하더라고. 미국에서 살 때 성가 가수로 벌어 먹었는데, 그러려면 좀 배울 필요도 있고 그래서 갔지. 난 이렇게 얘기해. '신학교 졸업하고부터 기독교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 목사 안수는 받았나. "졸업은 했는데 안 받았지. 전도사 자격만 있어. 구원? 난 몰라. 신학교 때, 내가 하도 대드니까 교수들이 묻더라고. '신이 있다고 생각하냐?' 내 대답은 항상 '아이 돈 노, 서(I don't know, Sir)'였어. 요즘 TV를 보면 제일 웃기는 게, 채널을 한 칸씩만 돌리면 극락도 있고 천당도 있고 다 있어. 그러면서 자기네만 구원이라는 게 코미디가 아니면 뭐겠어. 신학교 졸업 때 동기 30명 중에 나만 안수를 안 받았어. '설교하다가 교회에 예쁜 여자가 들어오면 설교대에서 내려올 것 같다'는 게 이유였어. 그때 '나도 사실 그럴 것 같다'고 했던 녀석들이 지금 전국 대형교회의 목사가 돼 있어." - 그래도 하나님은 있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보기엔 하나님도 있고 부처님도 있고 다 있어. 근데 그건 그거고… 정말 좋아하는 여자가 나타났는데, 하나님 때문에, 내게 아내와 자식이 있기 때문에 피하는 건 남자가 할 도리 같지 않더라고. 그걸 피하는 건 신의 축복을 피하는 거 아냐? 어떻게 생각해?" - 전적으로 동의. "오, 땡큐! 그렇지? 그건 숙명이야. 뭐, 그리스인 조르바 같다고? 안 그래도 그 책 번역한 이윤기가 언제 나보고 그러더라고. '혼모노(진짜) 조르바'라고. 그래서 내가 그랬지. '맞아. 내가 달리 조씨냐?' 태생적으로, 나는 그런 성격이야." 조영남씨는 스스로를 "천하 제일 잡놈"이라 칭한다. 길게 얘기해보니, 그건 위악과는 거리가 먼 어떤 진실이었다. 그는 생의 본래적 특성으로서의 '잡(雜)'스러움을, 말하자면 미추와 선악이 잔뜩 뒤섞여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치 있음을, 온몸으로 뿜어내는 예인이었다. - '여배우들'이라는 영화 봤나. "봤어. 거기 윤여정이가 나와서 '난 못생긴 놈한테 차였다'고 해서 내가 반짝 떴잖아." - 사실인가. "그건 윤여정에게 있어서 진실이지. 난 내가 차였다고 말하는데, 그건 내게 있어서 진실이고. 정반대의 사실이지만 그건 둘 다 진실이야. 실컷 욕을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 보고, 내가 정말 멋진 여자랑 연애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어. 세계에서 젤로 멋있는 여자야. 분명히. 난 재수 좋은 놈이잖아? 그런 여자랑 같이 살아보고." - 가수로서 욕심은 더 없나. 히트곡으로 기억되는 게 '화개장터' 하난데. "전혀 없어. 노래 하나로 이 정도 명예를 누리는 것도 재수 좋은 거지. 난 다수가 좋아할 수 없는 가수란 걸 일찍 깨달았어. 내 목소리가 비겁한 목소리야. 현철, 태진아처럼 편안하고 적나라하지 못하잖아. 성악을 해서 멋있게 꾸며대는 목소리잖아." - 존재감에 비해 사회적 발언을 통 안 하는 것 같다. "난 그것도 DNA 때문이라고 봐. 김제동이 같은 애들이 저렇게 얘기하는 것도, 다 그런 DNA가 있기 때문이겠지. 나한텐 없고. 오히려 난 아나키스트적인 DNA를 가졌지. 난 정치네 뭐네 다 마음 없어. 태어나서 투표를 한 적도 한 번도 없어. 난 태생적으로 무슨 메시지를 남기거나, 주장을 펴는 것을 싫어해." 하지만 그가, 세 김씨가 팔팔한 현역이던 시절 전국을 돌며 "김영삼과 김대중의 화개장터"를 목이 터져라 불러대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래서 남은 질문들은 좀 비틀어 해봤다. - 그렇게 뭘 주장하기 싫다면서 이상에 대한 책은 왜 썼나. "음…. 그렇지. 인간은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하잖아. 뭐 말하자면, 난 아류 아나키스트인 셈이지." - 지인이 참 많은 걸로 안다. 하나님이든 부처님이든, 눈 앞에 나타나서 딱 셋만 남겨 놓고 다 연을 끊으라고 한다면. (단 한 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젤 젊고 이쁜 여자애 셋. 정운찬이니 손학규니 그런 유명한 애들은 다 서열이 저 뒤야. 그런 게 잡스럽다면 난 잡놈이지. 그리 살다가 그리 갈라고. 묘비명에 이렇게 써달라 그랬어. '웃다 죽다.' 막 웃다가 숨 넘어 갔으면 좋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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