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독고준 (고종석)   2010년
  hit : 345 , 2010-10-13 22:37 (수)
내 글은 이를테면 표준적 문장인듯 하다(젠체하는게 아니다). 나는 '어떻게'보다 '무엇을' 더 중시한다 (122쪽)


누구나 자기보다 나이가 아래인 사람의 좋은 책을 처음 읽을때 기분이 묘해진다.(148쪽)


6월 항쟁이 일종의 전쟁이었다면, 아버지는 늙은 사병 이었다 (158쪽)


젊음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힘세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과 힘셈은 젊음이 지나간 뒤에야 실감의 영역안으로 들어온다. 아니, 젊음이 그  자체로 아름답고 힘센 것은 아닐지 모른다. 그 아름다움과 힘셈은 시간의 미화작용이 낳은 환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실제의 젊음은 바스러질 듯 힘겹고, 날 것으로 누추하기 십상일지도 모른다. 그 시기는 한 영혼이 세상 속으로 진입해 처음으로 세상과 불화를 격는 시기이다. 그 시기의 기억은 대체로 성년 이후의 기억들보다도 오히려 더 또렸하다.(159쪽)


그(유시민)가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씨의 "우리는 대단히 편파적이다. 그러나 편파적이 되는 과정은 대단히 공정하다"라는 말을 매우 긍정적인 맥락에서 인용했을때, 그 것은 자신의 글쓰기를 변호하는 것이기도 했다. (236쪽)


미국인 신화학자 비얼레인의 <세계의 유사 신화>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신화들이 얼마나 닮았는지를 살필 수 있는 입문서다. (245쪽)


아버지의 그 독립성은 시몬 베유의 말을 연상시킨다. 
"자신과 홀로 마주 서 있는 정신 속에서만 사상은 형성된다. 집단은 결코 생각하지 못한다". (254쪽)


말하자면 이제하 씨의 홈페이지에서는 글과 그림이 서로 삼투하며 행복하게 공존한다. (255쪽)


로맹가리의 에피소드가 알려준 것 : 어떤 수험생은 시험관 試驗官보다 뛰어나다. 그런데 시험관보다 뛰어난 수험생은 불행해지기 마련이다 (282쪽)


김일성의 글을 읽는 것은 지루하다. 그의 글(대부분 연설문이지만)은, 너무나 당연해서 굳이 입 밖에 낼 필요도 없는 쓰레기들과, 너무나 엉뚱해서 입 밖에 내서는 안 될 쓰레기들로 채워져 있다 (286쪽)


한국의 유사파시즘 정권을 몰아낸 것은 좌파가 아니라 자유주의자들이었다. 이 것은 우리가 흔히 잊어버리고 있는 진실이다. 자유주의자들이 좌파에게 빚을 진게 아니라, 좌파가 자유주의자들에게 빚을 졌다(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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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근작 제목인  <독고준>은 최인훈 소설 '광장'과 '회색인' 의  주인공인 그 독고준이다.
말하자면,  고종석은 '독고준'이 살아있다면 이런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해서 독고준의 일기 형태로 소설을 쓴 것.

그러나 독고준에게서는 故 김현의 냄새가 짙게 풍기고, 
형식상 독고준의 일기를 빌렸을뿐 일기는 고종석의 생각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걸 소설의 한 형식으로 봐야할지.... 잘 모르겠다.


성과는 고종석 산문의 현란한 비유와 은유의 패턴을 깨닫은 것.
어쩌면 그 것은 고종석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


티아레  10.10.14 이글의 답글달기

블루님 잘 지내셨어요?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제가 참 좋아하는 책이라서 더 정겹네요.

블루님 글 보고 저도 반가워서 인터파크도서에 연재된 <독고준>을 단숨에 읽었어요. 고종석의 소설을 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기대가 너무 컸나 싶네요. 왜 이런 글을 굳이 소설이라는 틀에 담고 싶었을까요.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마음의 기록 정도를 기대했던 일기글에서 한국, 아니 세계 근현대사 수업을 한참 듣게될 줄이야.. 지적이고 유려한 그의 글에서 늘 느끼듯 유익하긴 했지만 재미있는 소설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ㅎ

그래도, 다른 독자들도 느꼈겠지만 우리말을 제대로 배워서 세련되고 올바른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는 자극을 받은 것만으로도 제겐 큰 수확이었어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프러시안블루  10.10.14 이글의 답글달기

저도 티아레님과 꼭 같은 걸 느꼈습니다.

그의 한국어는 여전히 아름답고, 모범적이지만
그의 오랜 독자여서인지 어떤 사건과 인물에 대한
그의 생각이 미리 읽히더군요.

어찌보면 그가 동어반복을 해온 것이고
그만큼 한국사회가 변하지 않은 것일수도 있구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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