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악을 상상하는 것. │ 20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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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 상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상이나 망상이라고 하는 것이 자기 자신이 그 일에 닥쳤을 때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어기제 같은 것이라고 얼핏 읽은 적이 있고, 역시 그런거라 깨닫고 있다. 막상 다가올 상황이 두려우니까, 상상해보고. 이때의 아픔에 대한 미리 연습이랄까. 유치하고도, 나약한 방법이지만 무척 쓰기 요긴한 . 그 상상속의 누군가는 정확히 현실의 그와 일치하지 않으며, 그 상상속의 나도 물론 또한 그렇다. 단지 하나의 시뮬레이션일뿐. 내가 너무 이게 싫어서 고치려고 노력중인데 잘 안된다. 원인을 모르니 고칠수가 있으려나. 여튼 이것 때문에 이번 한학기는 괴로웠다. 내 자신도 내가 벅찬 느낌. 상상과 망상에 지쳐서. 그러다가 오늘 우습게도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긍정적인 상상들은 한번도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 끊임없이 상상하고 구체화하고 현실화하라는 것이 요새 자기계발서의 트렌드라면, 한번도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어이없는 사실. 너무 늦게 안건가. 평생 함께할 것 같은 친구였던 그 사람과 함께 상상한 커피 타임.. 그런 친구가 한순간 적이 되거나, 얼굴도 보기 싫거나 가식적인 관계로 돌변하는 것도. 내가 그렇게 짝사랑했던 누군가와 함께하던 미래는 한번도 그려진 적도 없고. 그냥, 지금까지 내 삶의 긍정적이고 행복한 상상들은 이뤄진적이 별로 없던 것 같다. 간절하지 않았던 걸까, 뒤틀리고 이기적인 욕심이었던건가. 희망이나 소망같은 밝고 따뜻한 분위기가 아닌, 바란다면서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았던 그냥 간절한 척이 었던 건가. 그런 것 까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다. 내 앞에 있는 사람과 행복한 미래라기보다, 가장 최악을 생각해보자고. 벌어지지도 않을 것 같은 무시무시한 일들. 우울하고도 힘든 일들. 왜 그런생각까지해..? 같은 쓸데없는 걱정도 모두. 상상 속에 그 일들은 나를 괴롭게하지만 적어도 현실에서는 한번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어쩌면 그 상상이 너무 괴로워서 이런일만은 제발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안간힘을 쓰기에 벌어지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런 최악은 피하고 싶으니까 애지중지, 안절 부절 못한달까. 그래서 항상 혼자있으면 어두워지곤 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상상하며, 지금 곧 내앞에 나타날 소중한 사람과의 즐거운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런 어이없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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