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교환을 시작한 이래로 누군가를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오늘은 외국인과 만나기로 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 0%의 설렘, 큰 두려움. 도대체 뭐가 이렇게 두려운 걸까? 나가지 말까? 약속을 취소할까? 잠수를 탈까? 도망쳐. 피해.
뭘ㅋㅋㅋ 도대체 뭘 그렇게 경계하는 건데ㅋㅋ 난 너지만 널 이해를 못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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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가 남자가 나한테 인사하면 드는 첫 생각. 저 남자가 나를 좋아하나. 나한테 무슨 꿍꿍이가 있나. 나한테 뭐 바라는 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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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좋아하면 안 돼. 나는 누가 나를 좋아하는 것이 싫어. 아버지도 나를 좋아했어. 좋아한다면서 내 몸을 요구했어. 나는 누가 나를 좋아하는 것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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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술의 장점은 이거다. 미처 꺠닫지 못했던 진심이 나온다. 오늘도 하나 건졌다. 내가 남자를 경계하는 이유. 남자들에게는 인사를 하지 않고 나에게 다가오지도 못하게 차단하는 이유.
아버지가 나를 좋아했기에. 좋아한다는 이유로 내 몸을 요구했기에. 성폭력 상담소에 가야겠다. 언제까지 남자를 경계하며 살 순 없다. 억울하기도 하고, 사랑받고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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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크다. 더럽다. 짜증난다. 징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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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상담소 가서 심리 검사와 심리 치료를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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