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어지는 학회로 학교에 갔다가 늦게 돌아왔다. 어제는 빨리 지친터라 오늘도 일찍 오고 싶었는데 친구에게 붙잡혀 또 배불리 먹고 와버렸다. 배부르면 기분도 좋다고 ㅎ~ 비가 촉촉히 내린 후의 도심 공기는 그래도 머리를 맑게 해주어 20분 가량을 걸어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꺼진 핸드폰을 살리고 보니 여러 통의 문자가 와있다. 차례로 답신을 하고 남은 한 통의 문자...................
7월 2주쯤이었다. 그때 갑자기 학교 교수님 부친상으로 부산에 가서 장례식 일을 돕게 되었다. 흐물흐물한 젤리같은 기분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고 문자 확인을 하다보니 빨강머리 앤이 수다를 늘어놓듯 친구에게 온 문자가 쌓여있었다. 내용인즉, 계모임을 해야 하는데 날짜를 맞추자는 것이었다. 너무 피곤하여 생각하기도 싫어 나중에 답장해야지 하고 집으로 돌아가 다음날 하루를 꼬박 누워있었다. 그날 저녁 멍 때리고 있던 내게 친구는 왜 자기 문자에 답장이 없냐고 문자를 또 보냈다. 나는 [아 맞다]하고는 바빴다고 광복절을 제외하곤 다~~~괜찮다고 하였더니... [니 연락 없어서 못 정했자나 ... 다음에는 니가 모임주최해라]라는 답장이 왔다.
이 친구는 좀 완벽을 기해야 만족하는 타입이라 그냥 설렁설렁~좋은게 좋은거라는 나와는 좀..^^;; 친구도 우리 사이의 차이점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걸 문자로 통보받으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몇 번 정도 불편함을 느낀지라 친구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피하는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계모임 회원인 선배의 연락으로 잠깐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모임 주최는 결국 선배가 하게 되었다고 한다. 모임에서 주최는 돌아가며 하게 되있었는데 순서와 시기가 그동안 이렇다~하게 정해져서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는데 친구가 보낸 문자에 약간 맘이 상했다. 친구가 좀 껄끄럽긴 하였지만 간만에 모임 회원이 다 참석하게 되어 기꺼운 마음으로 참석한다고 하였는데......
교수님이 너무해ㅡ 교수님이 주관하시는 학회에 갑자기 참석하라는 연락이 왔다. 학회 있는 줄도 몰랐는데 ㅜㅜ 휘둘리지 않으리라 하던 내 맘에 걱정하여 이어지는 동기생들의 연락도, 교수님의 싸늘한 시선도 부담스러워 결국 계모임을 취소하고 참석하기로 하였다. 돈 없는데....흑
그리고 내 참석을 취소하고 일을 두번 하게 된 선배. 번거로움을 토로한 선배가 내 상황을 이해하고 나에게 사과하는 걸로 마무리되었는데.......
.................남은 한 통의 문자는 계모임의 또다른 언니였다. 못오면 연락을 하라고 곤란하다는 또다시 다음 주관하라는...............
여러 안 좋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친구와 짜고 나를 약올리나..무슨 이야기를 들어서 나에게 다 책임전가를 하나 내가 학교생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게 된 건 아닌가 그럴수도 있어서 일단 오늘 언니에게 연락을 피하기로 했다. 친구에게 받은 문자도 며칠 후에는 평소 그 친구의 스타일대로 여겨졌었으니까 언니 문자도 그렇게 조금 시간을 두고 생각해봐야겠다. 당장이라도 전화해서 놀러 가고 싶은데 새벽같이 일어나서 학회 쫓아가야하는 지금 내 상황 모르면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썽질부리고 싶다.
화는 좋지 않지만 새는 비처럼 감정에 새는 구멍이 한번 뚫리니 자꾸만 뚝뚝 화가 난다. 화를 내지 않고 조금만 이해하면 감정의 기복을 겪을 일이 잘 없었는데 같은 일에 대한 반복은 정말 사람을 어디론가 몰고 간다. 하지만 후회하게 될 말을 하는 것은 새로운 걱정거리를 짊어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화를 내면 내려놓는다고 생각했는데 말에 말이 꼬리를 물어 결국 또다른 말을 만들어 내야 하니 내일 학교 가는 길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연락해야겠다. 학회가지 않으면 토요일에 난 지금 부석사로 떠날 짐을 꾸리고 시원히 자고 있을텐데..
전 화를 내면 손해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에서 꼬였는지 잘 찾아가보면 화내지 않아도 될 일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화는 감정의 소모처럼 생각되서 대화로 푸는 편인데
세상에 나같은 사람이 있으면 좀 더 화에 가까운 사람이 있어서
꼬인 것을 내 맘대로 풀어갈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경우가 제 맘대로 되지 않는 일부입니다.
해결은 잘 되었으나 한동안 내가 왜..라는 생각에 좀.
고통스러웠던 거 같아요.
어쨋든 지나간 일. 감정을 추스리고 앞으로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