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는 꿈   꿈이야기
  hit : 7801 , 2012-09-16 10:10 (일)


근래 들어 바람피는 꿈을 자주 꾼다.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맺으려 한다든지
아니면 결국엔 맺고마는 꿈을 꾼다.

배란기의 욕구 불만인 줄 알았는데
오늘 또 다른 남자가 나오는 꿈을 꿨다.



.
.


최근에 새로운 수업에서 알게 된 분이 있다.
아직 친하지는 않지만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단지 그 뿐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탐색, 
정도.

친해져볼까, 
좋은 사람 같고 재밌는 사람 같은데,
하는 호기심 정도.


그런데 어제 꿈에 나왔다.
실제로 수업 시간에 무언가를 같이 하고 있는데
꿈 속에서 그 일을 하느라 수고했다며
나에게 선물을 준 것이다.

커다란 병에 든 두유였는데
두유 병에 붙어있는 종이 라벨에 이것저것 
수고하셨다, 뭐라뭐라 쓰여 있었다.
나는 귀엽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읽었다.
그리고 
'나한테 호감 있나?'
하는 약간의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수업 시간에 하던 일의 결과물이 든 
박스에는 편지가 하나 들어 있었다.

얇은 책처럼 편집된 긴 편지였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그 편지를 읽었다.
표지 바로 뒷면에는 
자신에 대한 소개가 적혀 있었다.
어디에서 뭘 했고, 어디에서 뭘 했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또박또박 예쁜 글씨로 쓰인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내용은 이랬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널 알았다.
그 때는 스쳐 지나가는 줄 알았다.
그렇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네가 내가 하는 연극을 보러 왔다.
거기서 손을 들고 당당하게 질문하는 널 보면서
다시금 호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 때도 용기를 내지 못하고 놓치고 말았다.
이제 영영 안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는 놓치고 싶지 않다,
뭐 이런 내용을 굉장히 순박하고 진지하게 
써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꿈 속에서 진심으로 갈등했다.
지금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이 사람이랑 사귈까.
이 사람이 지금 남자친구보다 나를 더 좋아해주는 것 같았고
이렇게 나를 좋아해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연극 내용, 그 사람의 활동 내용도 
나의 관심사와 매우 비슷했다.

진심으로 갈등하다가
다른 꿈으로 넘어갔다.


.
.


그 전에 꿨던 꿈을 잠시 얘기해보자면 
평소에 귀엽고 스타일 좋다고 생각하고 있던 
후배가 나왔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서 부스를 차리고 앉아 있었다.
그 후배와 함께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우리 동네였다.
후배랑 나는 다정스레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책상을 앞에 두고 의자에 앉아 있고
후배는 책상에 걸터 앉아 있었다.
후배는 나에게 키스를 했다.
그런데 그 키스가 지금까지 남자친구와 했던 키스보다
느낌이 훨씬 더 좋았다.
우리는 서로 몸이 달았고
어딘가 둘이만 있을 장소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손을 잡고 서로 몸을 섞을 장소를 찾아다니다가
꿈에서 깼다.


두 번째 꿈에는 서인국이 나왔다.
응답하라 1997에서 서인국이 정은지를 위해 
넘어져 가며 열심히 뛰어왔던 날, 
그리고 정은지에게 고백하던 날이었다.
그 날 나는 서인국의 그런 모습에 호감을 느꼈었다.
꿈에서 나와 서인국은 내 방에서 서로 몸을 섞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나는 욕구 불만인 줄 알았다.
남자친구와 함께 한 두 번의 관계 모두
나의 만족과는 상관 없이 너무 빨리 끝났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욕구 불만이 쌓여 있어서
꿈에 나타났구나,
싶었다.
그렇다면 이건 내가 남자친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겠구나.





.
.


그런데 오늘은 조금 혼란스럽다.
욕구 불만은 아니다.
그 어떤 성적인 접촉도 하지 않았다.
꿈 속에서 그 남자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단지 그 편지,
편지였고
나는 진지하게 갈등했다.



나는 아마
남자친구가 나를 좀 더 사랑해주기를
그리고 좀 더 나와 관심사가 잘 맞는 사람이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사실 오늘 남자친구를 만나기로 했었는데
남자친구에게 사정이 있어서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나도 알지만
나는 내심 서운했다.
오빠는 학교를 다니느라 바쁘기 때문에 
오늘 못 보면 다음 주 주말에나 볼 텐데
그러면 2주 만에 보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빠는
'나 일요일날 못 볼 것 같아. 우리 다른 날에 볼까?'
가 아니라
'이번 주에 못 볼 것 같아'
라고 딱 잘라 말하였다.
물론 미안해 했고 내가 기분 좋지 않아 하자
주중에 볼까? 라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그걸 바라는 게 아니었다.
어차피 처음에는 안 볼 생각이었지 않은가.
그러다가 내가 반응이 안 좋으니까 보려고 하는 거잖아.
나는 좀 더 나를 보고 싶어했으면 좋겠는데
오빠는 내가 안 보고 싶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만큼 나를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오빠와 나는
관심사가 서로 잘 맞지 않는다.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다.
오빠는 지극히 현실주의적이고 나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현실보다는 가능성 주의자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와는 맞지 않고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서로의 일상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만
관심사라든지 의견을 이야기할 때는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꿈에서
나를 지극히 사랑하고
나와 관심사가 맞는 사람이
나에게 고백하는 상황이 나온 것 같다.



.
.




오빠가 나를 좀 더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진심이다.
좀 더 예뻐해줬으면 좋겠다.
조금 더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친구들과 당구를 치다가도 내가 오면 보러 왔으면 좋겠다. 잠시라도.
할아버지 병원에 가야 하더라도 그래도 '못 볼 것 같아'가 아니라
다른 날에라도 보려고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못 만나게 되어 섭섭해서 기분이 안 좋을 때,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는 게 아니라 달래고 얼러줬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씩 외로워지고 있다.




.
.




관심사가 맞지 않는 것은
맞지 않는대로 서로 알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관심사가 같아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도 좋겠지만
아, 이런 것도 있구나
오빠는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실제로 나는 오빠의 현실적인 면을 좋아한다.
나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에게는 결핍되어 있던 현실 감각을 채울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점이 아주 좋다.
그리고 오빠의 굴곡 없는 인생도 좋다.
때로는 나와는 너무 달라서 내 말을 이해할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아, 잘 자란 사람은 이렇구나, 하는 걸 보고 배울 수가 있어서 참 좋다.
다르다는 것은 다른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
.


사랑 받고 싶은 것은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외롭다고.
자기는 날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고.
왜냐하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은 여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오빠는 전에 나에게 이야기했었다.
그 전 여자친구와도 서로 일이 있으니 1, 2주에 한 번씩 만나곤 했다고.
오빠가 연애하는 방식은 
자기 일도 하고 여자친구도 만나고
그런 방식일 수도, 있다.
나를 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니까
표현하자.

그리고 
내가 좀 더 좋아해보자.
나는 얼마나 사랑했는가.
나는 얼마나 곁에 있어줬는가.
나도 연락하는 것이 싫다.
그래서 연락을 잘 하지 않는다.
카톡도 오래도록 씹고 
전화는 거의 오빠가 먼저 한다.
나는 만나서 집중하고 헤어지면 다시 내 생활을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주 만났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빠는 덜 만나고 자주 연락하는 편이 더 좋은 것 같다.

조율해야 할 것 같다.


.
.



아무튼
전에는 사랑의 양면성을 싫어했었다.
언젠가도 말 한 적이 있었지만
아버지는 나를 사랑한다며 무언가를 요구하고서는
내가 그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무섭게 돌변하여 나를 응징했다.
나는 그게 무슨 사랑이냐며 울부짖었다.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진짜 사랑이 아니든지
아니면 사랑은 원래 이렇게 개같은 것이든지.



맞다.
사랑은 원래 이렇게 개같은 것이다.
한 없이 좋다가도
서운한 감정이 들면 싫어질 수도 있다.
그러다가 서로 서운한 감정을 풀고 나면 한 층 더 서로가 좋아지는.

전에는 
저 마지막 단계를 알지 못했다.
그저 좋다가 싫은 것이 
'배반'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렇게 당했기 때문에.
항상 그것에 고통받기만 했기 때문에
나는 사랑의 양면성을 증오했다.
그럴 바에는 아예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랑의 매커니즘을 어느 정도 알 것도 같다.
좋다가
싫다가
더 좋아지는.


그렇게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을 
고통을 감내하며 맞춰나가는 것이
서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옹이  12.09.16 이글의 답글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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