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티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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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0 16:09 (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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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려 할 때
- 문태준 -
비가 오려 할 때
그녀가 손등으로 눈을 꾹 눌러 닦아 울려고 할 때
바람의 살들이 청보리밭을 술렁이게 할 때
소심한 공증인처럼 굴던 까만 염소가 멀리서 이끌려 돌아올 때
절름발이 학수 형님이 비료를 지고 열무밭으로 나갈 때
먼저 온 빗방울이 개울물 위에 둥근 우산을 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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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티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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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0 16:07 (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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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
- 문태준 -
마룻바닥에 큰 대자로 누운 농투사니 아재의 복숭아뼈 같다
동구에 앉아 주름으로 칭칭 몸을 둘러세운 늙은 팽나무 같다
죽은 돌들끼리 쌓아올린 서러운 돌탑 같다
가을 털갈이를 하는 우리집 새끼 밴 염소 같다
사랑을 잃은 이에게 녹두꽃 같은 눈물을 고이게 할 것 같다
그런 맷돌을, 더는 이 세상에서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내 외할머니가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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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티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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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0 16:02 (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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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 같은 그리움
- 문태준 -
그립다는 것은 조개처럼 아주 천천히 뻘흙을 토해내고 있다는 말
그립다는 것은 당신이 언젠가 돌로 풀을 눌러 놓았었다는 얘기
그 풀들이 돌을 슬쩍슬쩍 들어 올리고 있다는 얘기
풀들이 물컹물컹 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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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티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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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7 12:36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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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서
- 조병화 -
나에게 있어서
시는 고통스러운 숙명을 사는 기쁨이며
사랑은 고통스러운 목숨을 이어 주는
어쩔 수 없는 숨은 기쁨의 형벌이옵니다
그렇게 나에게 있어서는
꿈은 살아야 하는 먼 고독한 순례의 길이오며
사랑은 고통스러운 그 순례의 길을 이어주는
구걸스러운 따뜻한 숨은 동냥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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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티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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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7 12:32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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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혹은 때때로
- 조병화 -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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