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 봄   2013
  hit : 2408 , 2013-05-11 05:25 (토)
오늘.
이 일기를 써야할지 울트라에 들어왔다 나가길 수어번.
행여나 썼다가 다시 보고 마음아파지길 바라지 않는 내 마음이 그렇게나마 나를 보호한다.
하지만 마음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몸이 따르지 않아 수동적이었던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해두어야만 할 것 같다. 나에게 매우 소중했던 사람을 잃어버린 이야기이기 때문에..



하루종일 생각하고 있었다. 금단증상같다.
민정이를 만났던 낮, 친구의 지인을 만났던 저녁, 현정이를 만났던 밤.
무엇을 해야할까. 주어진 현실 앞에 서러울만큼 무력하다.
그 사람은 단호해서 절대 돌아보지 않는 면이 있다. 
알고있지만 노력하면 어떤 변화가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마음 한 구석에서 움틀거린 하루.



입 밖으로 찾아가보고 싶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현정과 그 남친이 마음가는대로 하라고 한다.
더 늦기 전에 서두르게 되는 나. 택시가 어두운 바깥을 쌩하니 달려간다. 조금이라도 빨리요..
그리고 도착했다. 정확히 어딘지 알았지만 확신은 없어서 부근으로 찾아갔다.
찾아온 내가 당황스럽고 보내고 싶겠지..가라고 하면 가야겠다.
그래도 내가 보고싶지 않았을까..



사람은 똑같다. 헤어진 사람이 집 앞에 찾아왔다고 하면 당황스럽다. 얼른 보내고 싶고 늦은 밤이라면 단잠에서 깬 것이 싫어 들어주고 단호하게 얘기하면 돌아가겠거니 한다. 찾아온 이유는 안다. 정리가 안된거겠지. 하지만 어느 한쪽이 먼저 마음정리를 했기 때문에 헤어지는 것은 이어지는 하나의 절차일뿐. 더이상 줄 수 있는 마음이 없는거다. 자꾸 찾아오거나 연락하면 짜증스럽게 여겨진다.  



그 사람 또한 말한다.



왜 왔어? 너는? 우리 헤어졌잖아 데려다줄께 택시탈거야? 오늘 좀..많이 피곤하다 우리 집도 모르고 물어보지도 않았잖아 핀트가 안 맞는 부분이 있었어 니가 카톡에서 연락이 없었잖아 이젠 내가 싫어 정리했어 마음이 접혔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했어 짧게 만났으니까 100일도 안 만났으니까 다 왔는데 뭐 우리 안 맞아 또 다른 사람생길거야 만나줘서 고마웠어 그건 너니까 나는 니가 아니라 모르지 나도 예전에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잘 들어가  



가시채찍으로 마음을 내려치는 듯 아프다. 내가 준 큰 상처가 다시 내게 상처를 남긴다.
그 사람이 얼마나 아팠을까.....
맞지 않았지만 그 사람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봤고 이제 마음정리를 다 했단다.


 
모진 말을 해대도 피할 곳이 없어 마음과 몸이 움츠러들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언제나 마음이 앞서고 행동은 뒤따르지 못한다..
좋아하니까 만날 때는 그 생각만 하면 되는 거다.
아주 예전에 들었던 말인데 여전히 배우질 못했다.  
좋아해도 그러지 않는 척, 해주고 싶음에도 다음에..하고 넘기지 말자.
무엇보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기로 하자 윤주야
마음이 하고싶은 대로 참지 않고 몸을 움직이면 될 거 같다.



내가 만난 사람들 그 중에 몇몇은 정말 마음으로 와닿았던 보석같은 사람들이었어
인생에 그런 사람들이 있어줘서 내가 빛났던 거야
맞닿았던 마음이 참 소중하다 윤주야..



아니라고 할 때는 멋지게 그 다음 만남을 준비하자
그리고 내가 좀 더 멋진 사람이 되어지자 
그가 다음에 만날 사람보다 내가 더 좋은 사람일 수 있었음을 후회할 수 있도록
첨엔 마음이 아팠지만 이상하게 눈물이 나지 않는다
그사람이 처음과 마지막에 보여준 것처럼 나도 조금쯤 울면 좋았을텐데 왜 나오질 않니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질까-우리가 인연이라면 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생각해보면 당신이 꾼 꿈에 내가 나왔을지라도
내 영원의 꿈 속에는 당신이 없었어
안타깝지만 우리 서로 다른 꿈을 꾼 거였어



지금은 그 사람이 생각나겠지만 잊어버리는 방법도 잘 아는 너잖아
할 일들이 많지? 그리고 너 자신의 내면을 채우는 일도 잊어버리지 말기로 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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