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기지 않는다면, 뺏을 수 없다.   trois.
  hit : 2455 , 2013-08-11 19:24 (일)


견고한 감정의 덩어리.
반복적으로 나에게 건너오고
내가 건너가게 되는 그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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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_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때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때
난 당신이 내가 그린 최초의 그림을 냉장고에 붙여 놓는 걸 보았어요.
그래서 난 또다른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때
난 당신이 주인 없는 개를 보살펴 주는 걸 보았어요.
그래서 난 동물들을 잘 대해 주는 것이 좋은 일이란 걸 알았어요.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때
난 당신이 기도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래서 난 신이 존재하며, 언제나 신과 대화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때
난 당신이 잠들어 있는 내게 입 맞추는 걸 보았어요.
난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때
난 당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걸 보았어요.
그래서 난 때로는 인생이라는 것이 힘들며, 우는 것이 나쁜 일이 아님을 알았어요.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때
난 당신이 날 염려하고 있는 걸 보았어요.
그래서 난 내가 원하는 모든 걸 꼭 이루고 싶어졌어요.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당신이 생각하셨을 때
난 보고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셨을 때 내가 본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드리고 싶었어요.



다른 길은 없다
_마르타 스목

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수 없다면
지금 여기, 이 순간, 삶의 현재 위치로 오기까지
많은 빗나간 길들을 걸어 왔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영혼이 절벽을 올라왔음도 알아야 한다.
그 상처, 그 방황, 그 두려움을
그 삶의 불모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지치고 피곤한 발걸음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이처럼 성장하지도 못했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도
갖지 못했으리라.
그러므로 기억하라.
그 외의 다른 길은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을.
자기가 지나온 그 길이
자신에게는 유일한 길이었음을.
우리들 여행자는
끝없는 삶의 길을 걸어간다.
인생의 진리를 깨달을 때까지
수많은 모퉁이를 돌아가야 한다.
들리지 않는가.
지금도 그 진리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삶은 끝이 없으며
우리는 영원 불멸한 존재들이라고.





.
.




내가 살아온 삶이
나에게는 유일한 길이다.
그 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나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나이다.

물론 억울하다.
억울해 죽겠다.

학창 시절을 뺏긴 것 같고
내 나이 또래처럼 살 수 있는 활력을 뺏긴 것 같다.
나를 지나치게 진지하게 만들었으며
성에 대한 부정적인 첫인상을 선사했다.





객관적으로
분명히 가해자의 잘못이다.
그리고
가장 나쁜 죄 중 하나로 성문화되어 있는 일이 맞다.
이 사회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 사회에서
가장 죄질이 나쁘다고 평가되는 일.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이 일 중의 하나이리라.

결코 그 자체의 무게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그 모든 것을 견디고 지금껏 살아온 나 자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나는 결코 견뎌내기 쉽지 않은 일을 견뎌냈다.
견뎌내기가 쉬운 일이라면
그만큼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면
법에 성문화되지도 않았을 것이며
그 가해자들이 사회로부터 지탄받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객관적으로
이 사회는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에는 능숙하지만
피해자를 다루는 데는 능숙하지 못하다.
가해자가 잘못했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며
일관성 있는 태도로 임한다.

그러나 피해자에 대해서는 아주 이중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피해자이기도 했다가, 피해자가 아니기도 했다가.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그 충격에서 헤어나오기가 쉽지가 않다.
내가 잘못을 했다는 건지 안 했다는 건지.
잘못이 아니긴 한데 잘못도 있다는 이상한 시선들은
당사자들조차도 헷갈리게 만든다.
특히나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아이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거야,
나는 어떤 사람이라는 거야?
결론을 내리란 말야.
반인반수도 아니고.



.
.


내가 묘사하는 나의 상태이다.
합리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정체성을 다지지 못한 상태이다.

나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의미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타인의 시선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


내가 겪었던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닌 일이든
가해자가 지금 처벌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타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든

중요한 건 앞으로 이 삶을 살아내는 것은
사회도, 가해자도, 타인들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
아빠는 나로 하여금 학창 시절을 잃을 원인을 제공했다.
분명코 그가 나에게 그런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만약 그가 자신이 뭘 잘못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 점을 분명히 말해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뺏어가려 했어도
내가 뺏기지 않았다면 뺏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나에게서 학창시절을 뺏어가겠다는
고단수적인 생각으로 나에게 그런 짓을 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2차적인 결과였고
나는 그것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지 못했다.

그가 나의 학창시절을 뺏어갔다고 미워하는 것은
나의 학창시절을 포기하는 행위이다.
누구도 나의 학창시절을 감히 뺏어갈 수는 없다.
더군다가 감히 그가 나의 학창시절을 좌지우지 할 수는 없다.

나의 학창시절은 나의 것이고
그것을 갖고 갖지 못하고는 나만이 결정할 수 있다.

빼앗기지 않으면
아무도 빼앗을 수 없다.


나는 다만
나의 학창시절을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지켜내기에는
살아온 시간이 다소 부족했을 뿐이다.
그게 아쉬울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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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의 자유와
나의 친구들을
뺏어가려 한 사람에게 빼앗겼다.

하지만 이제는 뺏기지 않을 것이다.
뺏어가려 한다는 자체만으로는 아무도 나의 인생을 뺏어갈 수 없다.
내가 빼앗기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의 인생은 모두 나의 것이다.

나의 사랑도
나의 성(性)도
나의 행복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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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미움과 증오를 돌봐줄 필요는 있다.
그 때의 그 아이에게는 그것이 간절한 외침이었으니까.
그 간절한 외침과 외로움과 고통을 안아주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
더 이상의 새로운 증오와 미움은
있을 필요가 없다.


그는 더 이상 감히 나의 몸을 건드릴 수 없고
내 인생에도 관여할 수 없으니까.
내가 내 인생을 지킨다면
그는 뺏어갈 수 없다.



뺏기기 때문에 뺏기는 것이다.
지킨다면 뺏기지 않을 수 있다.
뺏기지 않는다면
아무도
뺏을 수 없다.



.
.

미움이 일어나 그가 원망스럽다면
미워하지 않으면 된다.
또래 아이들보다 진지한 내가 싫다면
또래 아이들보다 진지한 나를 사랑하든지
아니면 진지하지 않게 살든지
하면 된다.

그가 내 인생을 결정 짓게 하지는 말자.
멍청한 짓이다.

티아레  13.08.12 이글의 답글달기

뺏기기 때문에 뺏기는 것이다.
지킨다면 뺏기지 않을 수 있다.
뺏기지 않는다면
아무도
뺏을 수 없다.

그가 내 인생을 결정 짓게 하지는 말자.

맞아요. 외부로 부터 (혹은 내부로 부터) 어떤 자극이 와도
거기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는 나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지요.
어떤 부정적인 자극이나 감정, 생각이 와도 무의식적으로 자동으로 반응하지 말고
일단 막아서서 제지한 후 나를 위한 선택을 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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