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 troi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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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안녕. 편지를 쓰는 게 오랜만이네. 사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이 엄마잖아. 수정되었을 때부터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으니까.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는 또 아닌 것 같어. 그렇지? 사실은 말야 나는 엄마가 많이 얄미워. 엄마는 너무 어리단 말이지. 좀 똑부러져서 나랑 내 동생을 잘 돌봐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맨날 짜증만 부리고. 나보다도 어린 것 같아. 알아서 척척 내 동생 학원도 좀 보내고 나한테도 신경 쓰고 그러면 좀 좋으련만. 내가 엄마를 해도 엄마보다는 잘 할 것 같아. 형제들하고도 잘 지내고. 엄마가 형제들이랑 잘 못 지내니까 나도 삼촌하고 이모들하고 사촌 언니 오빠들하고 잘 못 지내겠잖아. 왜 그렇게 똑부러지지 못 한 지 모르겠어. 자식들 뒷바라지에는 관심도 없고. 잘 하지도 못 하고. 엄마는 맨날 엄마 사고 싶은 거 다 사면서 동생한테는 용돈도 안 주고. 내가 벌어서 등록금 대고 용돈 쓰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아빠한테 그런 일 당한 거 알면서도 제대로 해 준 게 없잖아. 맨날 도망가기만 하고. 내가 맞는 것도 모르고. 알고 나서도 제대로 대처도 못하고 울기만 하고, 화만 내고, 나만 못 살게 굴고. 아빠한테는 속 시원하게 말 한 마디 못 해주고. 그래놓고 뭐 형제들한테는 엄마 이혼했을 때 아빠한테 아무 말도 안 해준다고 화를 내는 거야? 엄마는 날 위해서 제대로 화 내준 적 있어? 그리고 내가 어디가 아픈 지 마음이 어떤 지 제대로 물어보지도 않잖아. 내가 알아서 해서 다행이지 다른 애였으면 엄마는 병원 쫓아다니고 난리 났을 걸. 맨날 약 타 먹여야 하고 학교에도 쫓아다녀야 했을 지도 몰라. 그런데 나는 오히려 학교 생활 더 잘 했잖아. 맨날 우등생이었고 병원비는 커녕 학원비 한 푼 안 들이고 대학 학비도 안 들이고. 진짜 돈 절약해서 키웠으면서 그런 것도 모르고. 나한테 위로 한 마디 제대로 해주지도 못하고. 그래서 나는 엄마가 싫어. 엄마는 나한테 해주어야 마땅할 것들을 해주지 못 했거든. 이런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알고는 있는 거야? 아니면 변명만 할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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