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순간부턴가 하고싶은일이 많아졌고, 취미로 하는것도 많아졌다.
반려고양이 두마리와 함께 살고, 수영은 주말마다 하며 스킨다이빙의 매력에 푹빠져 매주 모임에 나서고,
한달에 두세번은 꼭 캠핑을 가고, 크루져보드라는 것도 알게되어 구입하고, 유화그리기란걸 알게되어
남는 시간엔 그림을 그리고, 여기저기 맛집 찾아다니고,
참 많아졌다. 예전엔 집에서 티비나 보던가, 컴퓨터를 하던가 했지만
이제는 집에 있기 싫고, 티비는 라디오가 되고, 컴퓨터는 고장난줄 알았다.
사실 이렇게 될수 있는것도 주5일제에 월급이 많이 올라서 가능한 얘기인것도 같다.
이런 삶이라면 독신도 괜찮을꺼 같다. 어떻게 보면 결혼전에 해볼꺼 다해보자는 건지도? -_-
결혼은 하고싶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쳐 말조차 꺼내기 부담스럽고, 큰 즐거움보단 소소한 즐거움에
더 좋아하는 요즈음, 난 분명 행복하다고 느낀다.
순영이를 소개시켜준 이종외사촌 민지의 집들이를 갔다. 결혼한지 10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 집들이를
하다니, 맘에 안들었지만, 그래 그래도 몇살 많은 오빠니 그려려니 하고 갔지.
그런데 민지는 제대로 된 결혼생활도, 즐거운 신혼도 아닌, 눈물기 가득한 모습, 그렇게 당당하고
예쁜 민지모습은 어디로가고 눈치만보고, 꾹꾹 눌러담은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 닦으면서
대책을 구하고자 하는데, 아 감출수없는 미안함에 민지를 제대로 볼수 없었다. 이혼조정상담을 몇개월
받고 있는상태, 난 아무 도움도 못주고 그저 묵묵히 들어주기만, 토닥거려주기만 했을뿐이다.
갔다온뒤로 한동안 민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더라. 같이 간 순영이도 마찬가지 였을테지.
어쩌면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알수없는 막연한 불안감도 들고,
그래서 난 오늘이 분명 행복한것이라고 느낀다. 알수없는 미래의 두려움보단
오늘 행복할것에 집중하고 있나보다. 그저 피하고 있는건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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